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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사랑방의 밥은 맛있습니다

사랑방 교육실에서의 두 달
사랑방에서 먹는 밥은 맛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 상 잘 먹고 나면 슬슬 반성을 하게 됩니다. 내가 과연 밥값은 하고 있나하고 말이죠. 그런 생각을 하노라면 소화가 잘 안될 법도 하지만 제 위장이라는 녀석은 부끄러움이라는 걸 모릅니다. 사랑방으로 이어지는 언덕을 오를 때면 늘 꼬르륵 소리를 내며 키득거립니다.
그렇게 마음과 몸이 따로 노는 반성과 식사를 거듭한 지도 이제 두 달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매주 열리는 교육실 모임에서 인권에 대해 공부하고 배웠지만 맛있는 밥이 주는 반성에비해서는 아직 한없이 모자라게 배웠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이나마도 못한다면 정말 밥값 못하는 것일 테니까요.

인터뷰
사랑방에 와서 처음 했던 일이 인터뷰였습니다. 경내 씨와 함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의 김형수 사무국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말씀을 무척 재미있고 조리 있게 잘하셔서 시간가는 줄 몰랐었죠. 그 후에는 당시 노들야학에 계시던 좌동엽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좌동엽님은 농담처럼 사랑방에 들어오셔야겠다고 말하셨는데 지금 정말로 교육실에 들어오셔서 같이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생각해보면 원래부터 사랑방과 인연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두 인터뷰를 모두 진행하신 경내님이었습니다. 거듭된 인터뷰로 상당히 피곤하실 텐데 형형히 눈을 빛내시며 꼼꼼히 메모하시고 고민하시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눈빛은 여전하십니다.

세미나
2주에 한번씩 세미나를 할 인권교육교재가 엄지손가락 두께만한 영어책이라는 걸 알았을 때 모두들 뜨악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누가누가 더 짧은 부분을 맡나하는 경쟁이 일어났지요. 처음에 저는 들어온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점잖게 있다가 적당한 양을 받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는 첫발을 잘못들인 죄로 그 페이스대로 쭈욱 번역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ㅜ.ㅜ 교육실은 정말 인권에 대해 열심히 고민하지만 번역몰아주기를 할 때만큼은 딴 세상 같습니다. 흠, 하지만 이런 게 교육실의 인간적인 면모가 아닐는지요?

인권교육프로그램
현재 교육실에서는 아동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활동가들이 직접 참여해보고 개선할 점은 없는지 검토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역시 2주에 한번씩 이루어지고 있는데 매주 정기적으로 하는 일 중에는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들 입장에 서서 프로그램의 운용을 검토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힘든 만큼 직접 아동들에게 인권에 대해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보람된 일이기도 합니다.

이밖에도 교육실에서 하는 일은 참 많습니다. 물론 사랑방 전체는 말할 것도 없구요. 프로그램과 회의, 세미나 어느 것 하나 배울 점이 없는 시간이 없지만 사실 제가 무언가를 가장 많이 배우고 느끼는 시간은 여러 활동가들의 열정을 접할 때입니다. 그럴 때면 저는 불붙기도 전에 너무 계산하고 짐작을 하느라 그 사이 늘 식어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참 부끄럽습니다. 사랑방의 밥이 맛있는 것도, 제가 밥을 먹으며 반성을 하게 되는 것도 밥상머리에 둘러앉은 여러 활동가들의 웃음과 열정 덕분일 텐데 말이죠. 아직 확 불붙지는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계속 사랑방과 함께 한다면 저에게도 뭔가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반성을 모르는 위장을 이끌고 사랑방의 문을 꾸준히 두드릴 생각입니다. 이 약속은 꼭 지켜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