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활동가의 편지

나들이를 다녀와서

인권영화제를 시작으로 사랑방 활동에 몸담은 지 4개월이 지난 어느 날, 나들이 준비모임 제안이 들어왔다. 나들이 한번 안 가본 나에게……. 한 상임활동가의 추천으로 자원하여 모임에 들고 완벽한 나들이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한 상임활동가의 협박으로 징발되었다는 말이 적절한 표현이겠다) 모두 4명으로 이루어진 준비모임. 약 2주 동안 두 번의 모임을 가지면서 장소를 선정하고 회비를 책정하며 모두를 즐겁게 해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금부터 대략 15시간의 나들이에서 가졌던 기억을 되살려 보도록 한다.
나들이 장소인 수락산으로 모인 사랑방 사람들. 도착 후 박석진 상임활동가의 진행으로 사랑방의 각 팀을 소개하고 서로 아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본래의 수순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하나씩 물로 뛰어들기 시작했고 결국 오전은 물놀이로 채워졌다. 인권을 위해 사랑방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활동가들이 즐긴 물놀이는 살인배구. 그 아니 적당한 게임이 아닌가. ‘인권’활동가들이 ‘살인’배구를……. 물놀이를 하는 것은 자유지만 물놀이를 하지 않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인권운동사랑방 나들이에 ‘인권’마저 나들이를 간 듯하다. 혹시 내년 여름 나들이를 생각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한 가지 일러둔다.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두 가지 중 하나만 있으면 된다. 탁월한 게임능력 혹은 충분한 여벌의 옷.
출출한 배를 식당에서 채운 뒤 더 넓고 더 놀기 좋은 장소를 찾아낸 사람들. 오전의 살인배구는 계속 되었다. 하지만 물은 더 깊어지고 차가워졌으니, 물놀이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한 여름에 오들오들 떨면서 놀았던 그때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오후의 프로그램은 본인이 진행하기로 했으니, 준비한 게임을 시작하기 위해 널찍한 테니스장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오전에 산 물놀이 공이 어디서 나오더니 사람들이 배구를 하기 시작한다. 지금에서야 밝히지만 그때 그 공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4명의 준비모임이 생각한 3개의 프로그램보다 천원짜리 3장과 바꾼 공 하나의 위력이 더 대단할 줄이야. 자본의 힘이란! 16명의 사람들이 4명씩 4팀으로 나눠 토너먼트로 진행된 배구. 꼴찌가 아이스크림을 사기로 한 경기에서 사랑방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이 경기를 통해 한 가지 알게 된 점이 있다면 사랑방 ‘상임’활동가가 되기 위해서는 아주 강한 승부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나들이 못지않은 뒤풀이를 위해 혜화로 이동한 사랑방 사람들.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술로 기분을 채우면서 웃음으로 분위기를 메워나간다. 사랑방공식뮤지션 미류 활동가의 노래솜씨를 다시 볼 수 있어 좋았고 에어컨 나오는 노래방에서 땀나도록 놀 수 있어서 좋았다. 약 15시간의 사랑방 여름나들이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비록 체력은 완전방전 되었지만 기분은 완전충전 된 나들이였다. 다만 좀 더 많은 이들이 함께 했으면 더욱 재미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준비모임의 일원으로서 많은 활동가들의 웃음을 볼 수 있던 나들이였기에 그때의 유쾌함이 아직 가슴에 남아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