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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알쏭달쏭한 편지

벚꽃은 이미 다 졌다 합니다. 꽃놀이 구경도 못 한 4월이 훅 지나갔습니다. 아아. 잔인한 4월이라는데 그래서 그걸 즐기는 게 또 실감하는 일일 텐데, 그럴 새도 없이 부랴부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유로운 시간이 더 귀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렇게 살다 언젠간 한량처럼 지낼 날도 있겠죠? (하-하) ‘편지’를 쓴다고 생각하니 학창시절 좋은 글귀 베껴선 친구에게 주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제 다이어리엔 탈무드 교훈이나 말랑한 시들, 또 조성모나 HOT의 노래 가사들이 빼곡히 적혀 있곤 했었죠. 그 생각이 나니 사랑방 사람들에게 시 한편 전하고 싶어집니다. 

마음이 헛헛하면 시집을 꺼내 아무 장이 펼쳐 놓고 따라 읽습니다. 애써 그 의미를 알려 하지 않고 그냥 읽고 또 읽어 봅니다. 의미를 생각하며 신중하게 읽을 때와는 달리 시가 주는 기운 자체를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시가 주는 운율, 하나밖에 없는 목소리, 우러나오는 헛헛한 마음,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어떤 울림이겠지요. 

      알쏭달쏭한 詩

      황인숙


      파란 빨강, 빨간 파랑

      도라지꽃 만발한 고사리꽃 만발한

      담장 너머 숲 속에 새 한 마리

      슬프고 어여쁘고 기기묘묘한 소리로

      지저귄다 (너, 새 맞지?)

      뭐라고 뭐라고, 뭐라고,

      뭐라는 말일까 (말하는 거 맞지?)

      고개가 기울어지다, 기울어지다,

      배배 꼬인다

      누가 숨겨둔 소중한 것을

      찾지 못하고 지나온 듯한

      소녀시절.

재밌어서 풋풋 웃다 누가 숨겨둔 소중한 것을 찾지 못하고 지나온 듯한 소녀시절. 이 부분을 읽는데 코끝이 알싸해 집니다. 그래도, 그렇게 지나왔기에 소녀시절이 더 애틋한 거겠죠? 지금은, 지금 나는 그걸 찾고 이 시절을 보낼 수 있을까, 그게 뭔지도 모르겠지만 찾는다 해도 감당 못 할 것 같다는 이 겁의 정체는 무엇인지.. 궁상떨다보니 새들의 짹짹도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새벽입니다. 아, 다들 장필순의 노래 <풍선>과 함께 이 시를 읽어 보시길^^ 우연히 운명처럼 때마침 이 노래가 흘러 나왔는데, 함께 듣고 읽으니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