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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상이 이상하다. 잘사는 사람은 엄청 잘살고 못사는 사람은 아파도 병원도 못가고..
경제는 성장한다는데, 잘사는 사람은 점점 더 잘살아지고, 못사는 사람은 점점 더 가난해 지고..
편견과 무관심에 상처 받고, 눈물 흘리고..
과학기술이 점점 발달하니, 모든 사람들이 조금씩만 일을 하면 될 듯한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람과 일을 구하지 못해 당장 먹고 살 일이 걱정인 사람들로 나누어지고..

이런 세상이 못마땅한 사람들은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한다.
어떻게?
“대통령이 되어서 한칼에...” “곶간에서 인심난다고 돈을 벌어야 한다” 등 많은 이야기들을 들어왔다. 한편, 이런 이야기들과는 다르게 세상을 바꾸는 힘은 민중이라고 부르는 보통의 여러 사람들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렇다.

나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오전 아홉시부터 오후 일곱시까지 일터에서 자아실현과는 몇 백광 년 떨어져 있는 이런저런 일을 한다. 덕분에 나는 집세를 내고, 밥을 사먹고, 가끔 영화도 보고, 책도 사고, 운동화도 산다. 아주 가끔 동생에게 폼을 잡으며 용돈을 주기도 한다.

요약하면 이렇다. 생활이라 뭉뚱그려 말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위해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자아실현과는 거리가 먼 일들을 하며 보내고 있다.

평택이 난리다. 활동가들과 주민들이 용역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맨손으로 콘크리트를 퍼내고, 경찰서에 잡혀가는 동안에도, 그들과 달리 나는 평택에 가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시간에는 회사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생활을 위해서. 공기는 돈이 없어도 마실수 있지만, 공기는 아무리 먹어도 배가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자, 꿈꾸라! 제약된 시간 아래에서 그대의 몸이 움직이는 작은 행동들을
피곤한 몸과 마음을 쉬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한 시간에 이어지는 작은 행동들을
봄이 오고 있다. 꽃이 열리고 갈색의 나무 틈을 뚫고 초록의 새싹이 튀어 오르는 봄에 생활을 위해 접어둔 그대의 신념을 작은 행동으로 꽃 피울 수 있게.

이상한 나라는 상근활동가들만으로 바뀔 수 없다. 활동가들이 뛰쳐나가고 있는 저 길에 그대와 나 앨리스들이 주위의 손을 잡아 끄댕기며 작은 발걸음이 커다란 무리를 지어 함께 디뎌나가는 모습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