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오싹


7월에는 “내 인생의 오싹”을 아그대다그대 이야기합니다.

여름에 오싹한 건 역시 귀신얘기죠.
나는 귀신 등등에 대해 무서움이 많아요.
분신사바 같은 것은 무서워서 해볼 엄두도 못내죠.
아직까지 귀신 등을 직접 본 적은 없어서
무척이나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언젠가 그런 경험을 하게 되면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아
긴장하며 살고 있지요.
무서운 스타일의 얘기는
  "엄마, 얘 눈 떴어." 또는
  "아이구, 불러내서 죽여버릴 수 있었는데... 낄낄낄..."
류의 이야기가 정말 무서워요. ㅋㅋ
근데 보통 때 무서운 건 역시 사람이라는 거~~
밤에 산에서 사람을 단둘이 마주치면 진짜 오~싹하죠.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 대한 살기어린 공격성들을 대할 때도
이 세상이 오~싹해져요.
아이구 추워라~ 후덜덜 (아해)

15년전 이맘때
처음 농활대가 되어 찾아갔던 경북의 한 시골마을은
예순 고개를 훌쩍 넘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꼬부랑 허리로 농사짓는, 지지리도 가난한 마을이었다.
"밤에 화장실에 갈 땐 가끔씩 머리를 흔들어줘야해. 귀신이 뒤에서 머리카락을 다 세면 죽어~!"
선배들의 허풍에
밤마다 여성동기들은 화장실 가는 데 곤욕을 치르곤 했다.
때마침 농활대 숙소였던 마을회관 맞은편엔
오래된 폐가까지 자리잡고 계셨다.
재래식 화장실 아래에서 스윽 손이 올라오진 않을까,
어깨죽지에 올라앉은 귀신이
머리카락을 빨리 세어버리면 어떡하나,
다들 저마다 머리 속으로 <전설의 고향>을 그리며
'싸기' 바쁘게 화장실을 뛰쳐나오곤 했다.
나오던 오줌이 얼어붙겠다 싶을 정도로
화장실에서 정말 귀신을 봤네 어쩌네 말들이 많았지만,
다행히 귀신한테 당한 이는 없었다.
돌이켜보니 더 무서운 귀신은 따로 있었다.
당시엔 우르과이라운드 완장을 두르셨고,
지금은 FTA 완장을 두르신 그 귀신한테 당해
폭삭 주저앉은 시골마을들이 산천에 깔렸으니... (경내(개굴))

오싹보다 아찔했어.
그 일이 한 10년쯤 됐어.
겨울 밤 포장마차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고 있었어.
겨울 새벽은 어둡어서 더 깊고 고요하지.
찹살떡 이동장수도 없었어.
한 4시 넘어가고 있었으니까.
일요일이라 신문배달하는 사람도 없었어.
그래도 술 좀 먹었겠다.
두터운 겨울 외투 있었겠다 노래하면서 골목을 걷고 있는데..
순간 뒤에서 바스슥 소리가 나네.
내가 또 귀가 밝아요.
뒤돌아 도둑고양이인가 어둠을 헤치고 소리의 정체를 찾는데
안 보이는거야.
그래서 갈길 갔지.
우리집 벽 모퉁이에 매달린 가로등 불빛을 바라보며 걷는게 좋았거든.
근데 세상에 순간 뒤에서 '후다다닥'
나를 향해 돌진하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으악 일났다 싶어서 뒤를 돌아보려는데
벌써 그 사람이 내 뒷머리를 움켜 잡았어.
그리고는 바로 내 눈앞에 허연 부엌칼을 들이대네.
'김일숙 이렇게 인생을 마감하는구나,
재수없게 술먹고 들어가다 죽다니.
수치스럽다'하는데... 그 순간에 희망이 보이더군.
칼자루를 쥐고 있는 남자가
손을 바르르 떠는거야.
식칼이 떨린다는게 웃기지만
뻣뻣한것 보다 덜 무섭잖아.
난 그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어.
더 정확히 말하면 쳐다볼 수 없었지.
겁나잖아.
그래도 말 고분고분 듣다가 어떻게 튈까 머리를 팽팽 돌렸는데..
해답이 없어서 참담했지.
크크크~ 잊혀지지도 않네.
나의 오싹&아찔 스토리야.
그런데 아직도 그렇게 늦게까지 술 먹고 놀고 다닐 때가 많아.
그럴 때마다 그날이 기억나는데...
밤길 조심해야지. (일숙)

작년,
강릉에서 고한으로 넘어가는 강원도 어느 두메 산골,
임계 쯤이었을거야.
나홀로 여행 마지막 길을 즐기면서,
라디오도 틀어 놓고 느긋하게 액셀을 밟고 있었지.
근데 해가 지자
어느새 앞서 가던 차들이 하나도 없는거야.
헉!
갑자기 두려움이 확.
차문부터 다 잠그고.
자꾸 뒷거울을 보고 싶은데
그러면 누가 날 보고 있을거 같고,
핸들을 잡고 있는 팔과 액셀을 밟고 있는 다리가
바짝 긴장하기 시작하네.
밖은 불빛하나 비취지 않는 칠흑 같은 국도.
그때 저 앞서 자동차 한 대가 달리는 게 보이는거야.
그 차 뒤를 쫓으려고 얼마나 액셀을 밟아댔던지.
한참을 쫓다보니
저 붉은 자동차 불빛이 혹시 날 홀리는 게 아닌가
더 무서워지더라고.
그날 저녁 목적지까진 1시간도 채 안되는 거리였지만
한 고개 두 고개 넘으면서 뺀 진땀을 생각하면
지금도 후들거려! (초화)

나도 일숙과 비슷한 경험을 했지.
한때 교회 일을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날도 주보(예배 순서지같은 거)를 복사해서 집으로 향했지.
그런데 복사를 하고 나니 남은 돈이 떨렁 100원.
결국 터벅터벅 걸어서 집으로 가기로 했지.
그리고 얼마쯤 걸어서 고등학교 옆을 지나가게 됐어.
차길이 바로 옆이었기 때문에 좀 어두웠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서 지나가려 했지.
중간쯤 왔을까?
갑자기 누군가가 뒤에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내 뒤에서 한 손으로는 입을 막고,
한 손으로는 칼을 들고 내 배에 갖다 댔지.
헉!
다행히 위협만 하고 나서
사선으로 매고 있던 가방을 휙 빼서 달아나더라고.
정말 무서워서 뒤를 돌아 볼 수가 없더라고.
그나저나 가방에 100원밖에 없었는데..TT
그런데 더 오싹한 건 뭐였는지 알아?
다음날 아침, 엄마가 왜 가방을 밖에다 놓고 왔냐고 하면서
그놈이 가져간 그 가방을 가져 온거야?
아~~~~ (씩씩마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