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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돈이 아닌 사람 냄새 쪽으로 발걸음 옮기기

당연시해서 쉽게 지나쳐버리던 것들, 너무나도 상식적인 것이기에 의문의 여지가 전혀 없었던 것들... 난 세상 돌아가는 원리가 그럴 것이라고 알았었다. 하지만, 누가 그러던가. 돈 앞에 설 장사 없다고... 좀 더 많은 ‘돈’을 ‘내’가 갖기 위한 이 경쟁으로 돌아가는 세상에는 상식이라고 해서 통하는 것도 아니었고, 법이라고 해서 지켜지는 것도 아니었으며, 도덕이라고 해도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뭔가 바뀌긴 바뀌어야 하는데, 그리고 변화를 얻고 싶다면 요구하고 그 과정 과정에 참여하고 때로는 싸워야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내가 바라는 세상 모습은 어떤 것인지, 또 변화의 내용에 있어 난 어떤 것을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인권운동사랑방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인권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후광에 눈이 부셔, 막상 인권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을 담고 있는 말인지는 무심코 지나쳐버린 때가 많다. 인권운동사랑방의 세미나 일정에 참여하고, [신자유주의와 인권]팀에서 주거권 실현을 위한 활동을 기획하면서, 이제 더 이상 인권은 내게 종교의 상징물 같은 고귀함으로, 아니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지만 현실에서 잡을! 수 없는 이데아 같은 무거움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인간으로서 가져야 하는 기본적 권리들이 어떻게 보장되어 왔는지를, 그 내용은 어떤 것이며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인권운동사랑방 식구들과의 자리 속에서 듣고 배우면서 이제 인권이라는 것이 구체적인 현실과 함께 고민하고 실현하는 것임을 알았다. 그리고 고민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된 인권운동사랑방과의 인연에 새삼스레 감격해본다.

뭐 어쨌든 제안 받은 지면에 하고 싶은 얘기는 무척이나 사적인 내 이야기이다.(없는 글재주를 이제와 부릴 수도 없는 것이고 그냥 술 한잔 걸치고 내뱉는 속마음이라고 이해해주시기를 보시는 분들에게 부탁드린다:-_-) 이 사회에 대해 최초의 불신을 갖게 된 것은 앞서 말했듯 최소한의 상식과 법과 도덕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봤을 때였다. 분노에 몸을 떨기도 하고 슬픔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그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이 상식과 법과 도덕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여기서 최초의 고민. “세상을 바꾸는 데 있어 난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역사는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알아야 했고, 그것이 공허하게 내 안에서 맴도는 것이 아닌 세상을 향해 울려질 수 있도록 실천해야 했다. 그리고 그런 방법들을 유의미한 것으로서 지속하기(!) 위해서는 뭔가 더 명확한 지표가 있어야만 했다. 여기서 이어지는 고민. “어떤 세상으로의 변화를 꿈꿀 것인가?” 이건 참 어렵다. 그리고 매번 답이 달라졌다.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 돈 냄새가 아닌 사람 냄새를 맡으며 사는 사회. 무척이나 단순하고 어리숙(!)한 대답을 하면서 좌절하기도 하고 때론 희망에 부풀기도 했다.

어쨌든 누군가는 어리석다고 치부할, 누군가는 공감하며 감동할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이 단순한 명제를 이제까지 나는 믿어왔었고, 아직 믿고 있으며, 앞으로도 믿을 것이다. 옳은 것을 지켜내기 위해 싸우는 사람이 여기 있다. 다양한 방편으로 진실을 알리기 위해 발로 뛰는 사람이 여기 있다. 다양한 대안 모델을 시도하고 실험하는 사람이 여기 있다. 그런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며 함께 꿈을 꿀 수 있는 수많은 사람이 여기 있다. 이것을 희망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이야기할 수 있으랴.

그리하여 다시 대답한다. 나는 이 희망으로 인해 너무 단순해서 무식하게까지 들리는 대답을 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돈 냄새가 아닌 사람 냄새가 가득한 그런 사회로의 변화를 꿈꾼다고. 그리고 그 가능성은 바로 내게, 여기 나와 함께 사람 냄새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내 옆 사람에게 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