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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홈페이지 개편을 고민하다가

요즘 사랑방 홈페이지 개편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홈페이지는 5년 못 되게 사용하고 있는데요. 뭐든 빠르게 변하는, 특히 온라인은 더더욱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홈페이지 5년이면 충분히 사용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문제의 핵심은 현재의 홈페이지가 아닙니다. 예전에 만든 홈페이지들이 하나같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다는 것이죠. 홈페이지라는 것이 일단 인권운동사랑방이라고 하는 단체의 온라인 대문 같은 거잖아요. 그런데 이 홈페이지의 대문이 여러 개인 것이죠. 게다가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각기 다른 집들이 나오니 온라인 접근성이 썩 좋지 못한 형편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상황 전하’ 같은 옛 홈페이지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홈페이지로 개편을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주변을 조금 둘러보니 홈페이지라는 것이 단순하더라고요. ‘잘 정리해서 잘 보여준다.’ 이 정도 목표가 홈페이지의 전부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5년 전 지금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구상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사용자 간의 소통이 중요하게 생각되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누구나 자기 내용을 만들고 웹에 올리는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더 이상 멤버십을 갖고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멤버들 간의 소통하는 것이 홈페이지의 핵심 목표가 아니게 된 것이죠. 즉, 게시판 형태가 점점 홈페이지에서 등장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홈페이지가 유행하는 것에는 조금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제 홈페이지에 내용을 올리는 사람이 관리자 1인이 되면서 관리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으니까요. 새로운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오지 않으면 죽은 홈페이지가 되기 쉬운 상황에서 업데이트시키는 사람은 한 명 뿐이니 당연히 품이 들 수밖에요. 각자가 활동하며 그 내용을 게시판에 올리면 홈페이지가 자동으로 활성화되던 방식이 낡은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니... 어떤 의미에선 비효율적인 방식이 정착된 것은 아닐까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어쩌겠습니까. 당분간 대세는 거스를 수 없으니 사랑방도 홈페이지를 새롭게 정리해나갈 수밖에요.

 

대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의미 없는 일에 시간을 쓴다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이 홈페이지 관리라는 일이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사실 제가 사랑방에서 컴퓨터 관련 질문을 많이 받는 사람이기도 한데요. 홈페이지라는 구체적인 대상을 살피면서 주변과 비교할수록 목표가 분명해지고, 할 일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그런 종류의 일은 결정과 판단이 수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인권운동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는 조금 막막하지만, 홈페이지를 새로 만드는데 어떤 기능과 내용을 담을까는 손에 잡히는 내용이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컴퓨터를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고 요즘 유행한다는 코딩을 잘 아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전문가가 아닌 제가 분명하게 판단을 내리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아마도 20년 넘도록 컴퓨터를 만지작거리고 온라인을 더듬거리다 보니 생긴 ‘감각’에서 기인한 것이겠죠. 불현듯 최근에 참여한 인권운동의 역사를 살펴보는 세미나의 한 장면이 생각납니다. 법률가, 연구자, 활동가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을 만들려고 애쓰는 장면인데요. 인권운동사랑방의 탄생입니다. 좀 다르긴 하지만, IT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일은 무척 필요하고 충분히 가능한 일이듯 활동가의 영역을 개척해서 그 필요성을 확인시키는 장면이 겹쳐 보였달까요.

 

컴퓨터를 더듬거린 시간만큼 오랜 시간을 쌓지 못해서인지 개인적으로 아직 활동가의 역할이 모호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는 생각이 드니 조금 마음이 편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풍월도 읊는다는 상임활동가 3년 차에 접어들었네요.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3년 차에 활동을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등 자기 역할에 대한 회의에 빠져드는 시기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솔직히 3년 차라고 해서 작년보다 올해가 더 빡셀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인권활동가의 역할은 조금 더 고민하는 시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홈페이지 개편을 고민하듯 활동의 방향도 구체적으로 생각하면서 차근히 쌓아나가 보려 합니다. 그렇게 구체적인 판단들이 쌓이면서 분명해지길 기대하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