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미국

정록

그 동안 나에게 미국은 나라보다는 영어와 동의어였던 것 같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스포츠와 동의어가 되어가고 있다. 광화문 미 대사관에 비자를 받으려고 줄 선 사람들이 언제부턴가 내 눈에 띄기 시작한다. 가보고 싶다. 미쿡

ㅎㅊ

어릴때는 선망의 대상이었고 언젠가부터 적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나에게 미국은 그것만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팝을 엄청 좋아했고 영국이 비틀즈의 나라라면 미국은 너바나의 나라, 블루스의 나라 그리고 마이클 조던의 나라이기도 하다. 미국의 국방정책을 살펴보는 시간 보다 NBA뉴스를 보는 시간이 더 길고 워싱턴이나 뉴욕같은 대도시가 아닌 텍사스에 있는 작은 도시인 샌안토니오에 꼭 가고 싶기도 하다. 물론 농구보려고.... 가고 싶다. 농구 보고 뉴올리언스 가서 째즈도 듣고 텍사스에서 블루스도 듣고... 언젠 가징;;

디요

어릴 때 주변 어른들의 영향으로 미국은 나에게 북한보다 나쁜 분단의 주범이었다. 그래서 인지 별로 관심 갖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미국 슈퍼볼 공연 하프타임쇼를 봤다. 입이 떡 벌어지는 가수들의 공연 영상을 보며, 자본주의의 끝을 보는 느낌이었다. 미국이 아니면 절대 불가능 할 것 같은 퍼포먼스를 보면서 역시 돈이 무섭다고 생각했다.

미류

그 어느 때보다 미국이 가깝게 느껴진 것은 탄핵반대집회 참여자들의 손에 들린 '태극성조기'를 보면서다. 미국이, 여기 있구나. 트럼프라는 현실도 남 일 같지가 않다.

미국에 갈 일이 설마 있을까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 재작년 브라질에서 지내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LA를 경유하면서였는데요, 공항 바깥에 나갈 것도 아니고 단지 비행기 경유만 할 뿐인데 왜 돈 내면서 ESTA(비자)까지 발급받아야 하는지 엄청 툴툴댔었어요. 처음 눈에 들어왔던 건 공항 한 켠 벽에 떡하니 걸려있던 오바마 대통령 사진! 미국도 대통령 사진을 거는구나 엄청 신기해했지요. 그리고 돌아오던 길 환승하면서의 기억이 너무너무 나빴어요. 자유분방함이라고 할 수 없는 고압적인 공항 직원들의 태도에 기분이 나빴고 (영어를 못하기에 생기는 위축감에, 검색대에서 누군가 총을 겨눌 때 취하는 머리 위로 손을 드는 자세를 해야 하면서 불쾌감이 더해지며...) 결정타는 환승하는 과정에서였지요. “어디 가냐”, “한국 간다”, “뭐 타고 가냐”, “00에어” 그랬더니 “자기는 모르는 거다” 그러는 거예요. 당황해서 출력해놓은 전자티켓을 꺼내려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말 “Shut up!” 아니!!! 무슨 말을 했다고, 영어 못해서 아무 말도 안하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어찌어찌 무사히 환승하긴 했는데, 그 직원 이름 ‘베어드’를 되뇌며 엄청 속으로 욕을 했었어요. 그래서 내 다신 저 땅을 밟지 않으리 다짐을 했었는데, 작년 안식년 동안 캐나다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가면서 미국 여행도 같이 하게 되었지요. 토론토에서 혼자 심야버스를 타고 뉴욕으로 넘어가 그놈의 TRUMP 타워도 지나가게 되었네요. -_-;; 그러고보니 내 인생의 ‘미국’을 주제로 이야기하게 된 것은 사드, 트럼프를 떠올리면서였는데... 미국과 연결된 무수히 많은 문제들이 우리 곁에 참 가깝게 있는데, 미국은 여전히 멀고 낯설다는 생각이...

세주

ESTA를 받기위해 신청을 하다가 장애와 관련해서 기술하는 부분이 있었나.. 암튼 질병과 장애의 구분이 애매하면서 해당란에 체크하면 비자 거부될 것 같은 항목을 보고 외교부에 문의 결과 결국 미대사관까지 가서 대면 심사를 했다. 덕분에 10년짜리 비자를 받았는데 벌써 반이 지나갔다. 끝나기 전에 갈일이 또 있을런지 모르겠다. (대사관에 갔던 날 옆에 가수 GOD 김태우를 만났었다. 직원들이 같이 사진 찍고. 그랬던 기억이..)

바람소리

미국에 가본 적은 없다. 미국에 가보고 싶지도 않다. 영화 속에 보여지는 감시와 불법 감금, 폭력 이미지가 너무 무서워서다. 내 인생의 미국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