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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리] 실패한 4대강 사업, 이젠 토건시대의 종말을 고해야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은 풍광이 달라 변화무쌍하다. 제각각 고유한 멋을 가진 우리 강들은 현세대를 뛰어넘는 훌륭한 자산이다. 그런데 그런 아름다운 우리 강들을 하나로 잇고 싶어 하는 이가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꼭 그래야만 한단다.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에서 더군다나 서울서 부산까지 기껏 400km 남짓 거리인 대한민국에서 통으로 연결된 운하가 꼭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성을 들어 만류하기 시작한다. 고속도로, 철길, 그리고 바닷길을 놔두고 왜 굳이 땀내 베인 어마어마한 국민 세금으로 강을 이어야 하냐고. 그랬더니 갑자기 나지도 않는 홍수가 난다고 부산을 피기 시작한다. 물이 더럽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그래서 무조건 강바닥을 파야 한다고 떼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기어이 4대강에 삽질을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이름 하야 ‘4대강 살리기 사업’이다.

4대강 사업을 왜 했다고?

그래 그렇기도 하지. 홍수가 나긴 난다. 하지만 홍수피해는 4대강이 아닌 지류 지천에서 매년 반복되고 있다. 그래 맞는 말이다. 물이 더러운 곳이 있긴 하지. 그렇다면 오염을 유발하는 것들을 걷어내고 자연으로 되돌려야만 한다. 그런데 그는 634km의 물길에서 5억 6000㎥의 모래를 준설하고, 16개의 댐을 건설하는 것이 해결책이란다.


위 지도는 국토연구원의 심우배 책임연구원이 1971년부터 2005년까지 35년 동안의 통계를 기초로 2007년에 발표한 최대 홍수 피해지역을 나타낸 지도다. 짙은 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홍수피해가 심한 지역인데 누가 봐도 4대강 본류와는 아무 상관 없는 지역임을 알 수 있다. 물론 누구나 아는 사실을 그라고 모를 리가 있겠는가. 그래서인지 정부는 얼마 전 지류·지천 정비 사업에 4년 동안 15조 4,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가 말하는 수질오염도 매한가지다. 4대강 사업은 두물머리를 비롯해 수질오염을 이유로 4대강 주변의 수많은 농사꾼들을 몰아냈다. 물론 그리해서 강 주변을 자연 상태 그대로 만든다면야 그 논리에 토 달기는 어렵겠지만, 농사꾼들 내쫓긴 자리를 대신한 것이 ‘친수구역특별법’이다. 양안 2km에 시멘트 바르고, 자전거도로 깔고, 위락시설 조성해 개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 핵심인 법. 심지어는 수자원공사에게 보금자리주택 사업권을 주기 위해 관련 법규를 조용히 고치기도 했으니 시쳇말로 꼼수에는 일가견이 있나 보다. 사실 ‘친수구역특별법’은 4대강 사업으로 8조 원의 부채가 늘어난 수자원공사만을 위한 법이다. 수자원공사는 8조 원을 채권 형식으로 빚을 내 4대강 사업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 이자는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상황. 2010년부터 올해까지 정부가 내주는 이자만 해도 6천8백억 원 규모다. 웬만한 복지정책을 추진하고도 남을 돈을 삽질하고 이자로 날려 먹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자 비용은 갈수록 늘어갈 것이니 후폭풍의 강도 또한 거대하다. 다시 말하지만 농사꾼들 몰아내고, 오염부하가 뻔한 아파트를 짓고 개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 그가 말하는 4대강 수질오염 해결책인 것이다.


그래서 뭐하나 해결된 것이 있나?

자 그래서 어찌 되었나? 아무리 그가 딴소리를 해대도 가뭄과 홍수피해는 역시나 4대강 사업 구간과는 전혀 상관없는 지역에서 예년처럼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수질오염에 대한 답은 조류 번무 현상으로 대신하겠다. 겨울에는 규조류, 여름에는 녹조류, 남조류가 4대강 사업 전 구간에서 창궐했으니까. 흔히 ‘보’라고 불리는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16개 대형 댐들이 원인이다. 물길이 막혀 유속이 느려져 조류 현상이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4대강 전역에서 일어났다. 녹조 현상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자면 호소(호수, 늪 등 정체되어 있는 수계의 총칭)에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달리 말하면 녹조 현상이 광범위하게 발생했다는 것은 4대강 전역이 호수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녹조 현상은 주요하게 수온, 광량, 영얌염류(특히 인 농도)에 좌우되며 유속이 물리적인 요인으로 관여한다. 그러니까 예년과 다르게 그 정도가 광범위하고, 심각했다는 것은 주요 발생 요인 중 유속이 변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4대강 사업은 부패 토목공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까지 낙동강 공구에서만 10명이 넘는 건설사 직원과 공무원이 뇌물수수, 비자금 조성 등으로 구속된 상황이다. 600억이니 800억이니 하며 건설사의 비자금 조성 의혹도 폭탄처럼 기다리고 있다. 1개 시공사가 그러하니 전체를 가늠하면 그 규모가 어떠할지 도통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가 공헌했던 34만 개 일자리 창출은 임금체불로 돌아왔다. 낙동강 구간 발주처인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수자원공사의 임금체불 접수건수가 29건이고, 97억 가량을 체불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이쯤 되면 막 나가도 한참이나 막 나간 것이다.

4대강 사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구간에서 공정률 100%를 넘겼다. 산수로만 따지면 공정률이 110%, 115%가 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4대강 사업에서는 일반적인 일이다. 그러니까 공사를 해도 해도 끝이 안 난다는 말이다. 계속 하자가 발생하고, 추가비용이 들어가고 그래서 구간에 따라서는 준공검사를 지속적으로 연기하고 있기도 하다. 당연한 일이다. 강바닥에서 파낸 모래는 자연의 순리로 다시 퇴적되고, 강의 흐름을 무시한 구조물들은 역행침식(*)과 쇠굴현상(**) 등을 낳아 하자보수를 끊임없이 요구한다. 결국, 4대강 사업은 그가 만든 조감도처럼은 결코 마무리될 수 없다.

4대강 사업의 마무리는 수문 개방에서부터

2009년부터 4년여 기간 동안 진행된 4대강 사업.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했음에도 토건중심의 전근대적 개발방식은 끝내 스무 명이 넘는 인명피해와 전 국토를 관통하는 4대강의 자연을 절단 냈다. 아니 절단 내고 있다. 단일 사업으로는 유사 이래 가장 규모가 큰 국책사업이며 투입된 공공재원만 해도 22조 원을 훌쩍 넘겼다.

국민 세금을 강바닥에 실익 없이 쏟아 부으며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4대강 사업, 이를 돌이키기 위해서는 우선 4대강 사업의 핵심인 16개 댐의 수문을 상시 개방해야 한다. 녹조가 한창이던 지난 7월 정부는 남한강의 이포보와 여주보의 수문을 전면 개방했었다. 물이 정체되면 될수록 오염 인자는 증가하고, 나아가 남조류 등 독성 조류에 의한 조류 번무 현상까지 연결되는 것을 정부 스스로도 인정한 꼴이다. 수문을 모두 열어 강의 흐름을 자연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가 내세웠던 4대강 사업의 본래 목적을 하나라도 달성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을 걷어내야 4대강 사업이 완성된다는 말이다.

영일만의 일출을 바라보며 호연지기를 다진 어린 소년이 있었다. 산에 올라 나무를 하고 짬이 나면 삽질로 신체를 단련했다. 그 어린 소년이 자라 배추장사를 하고, 아파트를 팔고, 국회의원이 되고, 시장이 되고, 이젠 대통령이 되었다. 위에서 말했던 그이가 바로 그 어린 소년이다. 하지만 그 어린 소년은 그러니까 그는 안타깝게도 어리석은 어른으로 자랐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우린 그 어리석은 어른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러니까 잘못이 있다면 8할 이상은 우리 잘못이다.

해서 이젠 우리가 나서야 할 때다. 강을 강답게 만들고, 어리석은 어른을 따끔하게 혼내고 가르치는 것이 우리 몫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광기에 가까운 토건시대를 이참에 끝장내야 한다. 삽질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사실 진작 모두 이뤘다. 토건시대를 넘어 다른 세상을 꿈꾸는 준비를 이제부터라도 해야 한다. 4대강 사업이 가르쳐준 교훈이 있다면 바로 이런 시대정신을 되새김할 기회다. 불행을 그나마 해피엔딩으로 만들 마지막 기회가 우리 눈앞에 있다. 지금 우리 눈앞에 있단 말이다.

(*) 역행침식 : 준설 등으로 본류와 지류의 낙차가 발생하여 하류의 유속이 증가하면서 하류에서 상류 쪽으로 침식이 거꾸로 발생하는 현상

(**) 쇠굴현상 : 보 밑부분 인근 토양이 수압에 의해 파여나가는 현상
덧붙임

정규석 님은 환경정의 정책기획실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