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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척이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삼각산재미난학교 아이들<출처; www.sjaeminan.org>

▲ 삼각산재미난학교 아이들<출처; www.sjaeminan.org>

내 아이는 대안초등학교인 삼각산재미난학교 3학년에 다닌다. 그 아이는 어떤 사교육도 받지 않는다. 일반학교 아이들이 다 하는 과외 공부를 하지 않고도 이 땅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이는 4학년이 되면 방과 후 공부를 할 수 있다. 그것도 영어나 수학 공부는 아니고 아이와 학부모, 선생님이 모둠을 해서 아이가 꼭 해야 하는 예체능 공부만 한다.

왜 삼각산재미난학교 아이들은 학습 과외를 안 하는 것일까.
아이들은 무엇이든지 흠뻑 빨아들인다. 그럼 아이들 마음 밭에 어떤 씨앗을 심어 주어야 할까. 학교 공부를 마치고 또 다른 곳에서 억지로 공부를 하며 다른 아이를 이기는 마음을 키워야 할까. 아니면 아이들과 놀면서 서로를 아껴주는 마음을 배우고 엄마 아빠랑 지내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자리를 가져야 할까.
지금 아이들을 보라. 학교 공부가 끝나고 이곳저곳 다른 배움터를 다니다가 밤 9시 넘어 들어오고 밤 12시가 넘어야 잠자리에 든다. 그렇게 많이 배운 아이들이 세상을 맑고 밝게 하는가. 그렇게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그만인가. 그 다음에는 또 좋은 직장을 찾으러 공부해야 하고 일자리를 얻으면 거기서 쫓겨나지 않으려고 또 이를 악물고 살아야 한다. 그런 삶이 행복할까. 왜 끝없이 행복을 뒤로 미루며 힘든 삶을 살아야 하나.
설사 돈 많이 벌고 이름나고 힘 있는 자리에 올라서야 행복하다고 해도 그런 삶을 사는 동안 그가 느끼는 행복으로 다른 사람들이 아프고 죽음을 맞는다면 그것이 진정한 행복일까.
나도 지난날에는 어른들이 말하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선생님이 말하는 대로 대학에 가고 돈 잘 버는 일터에 다니는 것이 세상을 맑고 밝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내가 이렇게 누리는 삶으로 가난한 아이들이 아파하고 죽어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얼마 앞서 난 신문을 보니 깨끗한 물을 못 먹어 설사나 전염병으로 죽는 아이들이 지구에서 한 해에 18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하루에 5만 명 가까운 아이들이 더러운 빗물이나 버려진 물을 먹고 죽어간다. 돈에 눈먼 어른들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땅을 더럽히고 공기를 더럽혀서 일어난 일이다. 이 일이 나랑 아무런 관계가 없을까.
이것을 어떻게 막아야 하나. 어떻게 살아야 가난한 아이들을 살릴 수 있나. 아이들이 스스로 살아있음을 기쁘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저 혼자만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학벌을 조장하는 과외 거부를 선언합니다"<출처; 학벌없는사회 홈페이지>

살맛나는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 내 아이를 사랑하듯이 이웃 아이들을 아끼고 섬기는 마음을 배워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지금 바로 모든 사교육을 없애야 한다. 끝없이 서로를 죽이는 공부 지옥을 없애야 한다.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 아이들은 학교 공부를 마치면 집에 가방을 던져 놓고 길에서 뛰어 놀고 친구 집에서 뒹굴며 놀고 엄마 아빠랑 눈을 맞추며 살아가는 즐거움을 누린다.
사교육 홍수 속에서 아이는 영어 수학 공부는 처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세상을 맑고 밝게 하는 힘은 자란다고 믿는다. 그런 삶은 큰 기쁨이고 용기다. 그 마음이 대안교육운동을 하는 배움터를 만들었다.
내가 그곳 학부모인 것이 참 뿌듯하다. 이런 즐거움이 퍼져 내가 살고 있는 마을 곳곳에 스며들어 그 마을에 사는 가난하고 외로운 아이들을 보듬는 슬기로 자랐으면 좋겠다.
덧붙임

2006년 12월 5일 온 세상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날을 그리며 풀무질 일꾼 은종복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