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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후원자 마당] “혁명은 TV에 나오지 않았다”

따뜻하고 푸른 바다 근처에 한 나라가 있습니다. 그 나라의 대통령은 국민들과 직접 전화를 해서 이야기를 듣습니다. 국민들이 빽빽이 써 보내는 쪽지는 하루 이백 조각이나 되었지만 대통령과 각료들은 그것을 꼭 읽었습니다. 대통령은 거리에 나가 아이들과 노래하고, 자신을 경호하는 빨간 베레모 병사들 가슴을 팡, 팡 치며 격려합니다.

뜨거운 햇빛에 얼굴이 검게 탄 여인네들은 말했습니다.
- 나는 그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으려 생전 하지 않은 투표를 했어요.
- 난 이제 정치에 대해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참여의 정치니까요.
낡은 기타를 치면서 손님을 맞던 구멍가게 아저씨는 가게 앞에 작은 책을 달아놓았습니다. 대통령과 그 각료들이 만든 헌법이었습니다. 사람들 모두 행복해했습니다.

단 하나의 국영방송을 제외한 상업방송국들은 대통령이 옆 나라 대통령과 성적인 관계를 맺었다던지, 국민들이 대통령을 싫어한다던지 하는 거짓말을 뱉어냈습니다. 소수 20%가 장악한 석유산업을 개혁하려는 대통령에 맞서, 기존 권력층과 부유층, 그리고 상업 언론은 결국 손을 잡았습니다. 그들이 시위대를 만들어 대통령궁으로 향하자, 국민들이 대통령을 지키려 궁 앞으로 모였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권력층의 저격수들에 의해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합니다. 국민 몇은 아무도 없는 거리에 위협 반, 방어 반으로 총을 쏩니다.

다음 날 상업방송국들은 빈 거리에 총 쏘는 시민들을 교묘히 편집해 헤드라인으로 박았습니다. 평화적 반정부 시위대를 저격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 배후에는 대통령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결국 상업방송의 거짓말에 속은 장군들과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권력층, 그리고 이 나라의 개혁을 바라지 않던 큰 외국의 돈과 힘에 의해 쿠데타가 일어납니다. 쿠데타인 걸 국민들이 모르도록 국영 방송국은 파괴되었습니다. 대통령은 어디론가 끌려갔습니다.

대통령이 사라진지 이틀 째, 대통령궁 밖에는 수백만의 사람들이 대통령과 민주주의와 헌법을 돌려 달라 외칩니다. 빨간 베레모 병사들은 자신들이 경호하던 대통령을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가슴을 힘 있게 팡, 팡 쳐주던, 거리에서 정신지체를 앓는 아이와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하던, 부자들의 지나치게 큰 몫을 국민들과 나누려하던.
궁 탈환 작전이 병사들 사이에서 비밀스럽게 시작되고 몇 시간 후, 결국 그들은 성공합니다. 수백만의 국민들은 빨간 베레모 병사들에게 뜨거운 애정을 날립니다. 국영방송이 되살아나고 사람들은 진실을 알게 됩니다. 마침내, 감금되었던 대통령이 활짝 웃으며 부축을 받아 돌아왔습니다. 장관들과 사병들과 빨간 베레모 병사들과 국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대통령을 향해 환호합니다...

ps. 어리석게도 전 이 행복한 이야기를 얼마 전에야 다큐-‘Revolution will not be televised.(2003, 아일랜드, 74분, 다큐/ 혁명은 TV에 나오지 않는다)’-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CNN이나 조선일보에서 말하는 베네주엘라의 과격하고 불안한 ‘차베스’ 대통령과 엉망진창인 혼란정국에 대해서만 들어왔어요. 그들은 거짓을 말하고 있는 거였어요. 이 동화 같은 이야기가 바로 98년부터 현재까지 대통령인 차베스와 그 국민들의 승리에 관한, 또한 자본과 권력, 미디어권력에 대한, 가려진 진실이었던 것입니다.

<혁명은 TV에 나오지 않는다> - 이 잔인한 사실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합니다. TV에서 혁명을 읽어내려는, 읽어낼 수 있는 우리의 마음과 의지 또한 함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