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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뛰어보자 폴짝] 왜 모여서 외칠까 귀기울여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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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숲속나라가 있었습니다. 가장 공기 좋은 곳에 자리잡은 호화스런 궁궐에는 호랑이, 늑대, 코끼리 같은 힘센 동물들이 모여 살았어요. 어느 날 힘센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에게 궁궐에 바쳐야 할 음식량을 2배로 늘이라고 명령했어요. 힘이 약한 동물들은 늘어난 양을 채우기 위해 아주 늦은 밤까지 일을 해야 했어요. 몸이 아픈 기린 아줌마도, 갓 태어난 새끼염소를 돌보던 염소 엄마아빠도, 신나게 뛰어놀던 송아지들도 일을 거들어야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궁궐로 잡혀가 매를 맞거나 며칠씩 갇혀있어야 했답니다.

그러자 조금씩 동물들 사이에 불만이 커져갔어요. 힘센 동물들을 화나게 하면 어쩌나 겁을 먹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동물도 있었지만요. 가만히 있어선 안되겠다고 생각한 몇몇은 용기를 내서 궁궐로 편지를 보냈어요. 나쁜 명령을 거두어달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아무 답장도 받지 못했어요. 신문사와 방송사에도 편지를 보내 이 명령이 가진 문제점을 다뤄달라고 얘기해 봤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궁궐을 칭찬하는 기사만 가득했지요. 그래서 이번엔 이 명령에 반대하는 동물들이 숲속 연못 앞에서 모두 모이기로 했어요. 물을 뜨러 오는 많은 동물들과 생각을 나누기 위해서요. 그러자 늑대 경찰들은 연못 주위에 높은 담을 만들어 아무도 동물들의 외침을 듣지 못하게 만들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힘센 동물들이 궁궐에 바칠 음식량을 더 늘이려고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겨울이라 음식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는데도 말이에요. 신문과 방송은 나라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또 궁궐 편을 들었어요.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동물들은 궁궐 앞으로 몰려가 직접 반대 뜻을 전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궁궐 앞을 지키고 선 늑대 경찰이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며 빨리 흩어지라고 협박했어요. 궁궐 앞에는 한꺼번에 여러 동물이 모일 수 없다면서 말이에요. 동물들이 흩어지지 않자, 이번에는 코끼리 부대가 나와 코로 마구 물을 뿌려대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동물들은 끈질기게 다시 모여 외쳤어요. 한 마리, 열 마리, 백 마리… 점점 더 많은 동물들이 궁궐 앞을 에워싸기 시작했어요. 작고 힘이 약한 동물들이지만 수백 마리가 모이고 나니 엄청 큰 힘을 이뤘어요. 그러자 힘센 동물들이 겁을 집어먹었어요. 이윽고 호랑이가 대표로 나와 이 명령을 거둬들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궁궐 앞에 모인 동물들은 모두들 얼싸안고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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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합니다. 특히 시민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정치가 잘못 돌아간다면, 잘못을 널리 알리고 같은 뜻을 지닌 사람들을 모으려는 마음이 더욱 커질 거예요. 그래야 정부나 국회의원이 시민들의 뜻이 뭔지 알게 되고 잘못을 고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될 테니까요. 사람들이 생각을 나누고 전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집회와 시위랍니다.


절박한 사람들이 모여서 외쳐요

집회란 여러 사람이 같은 목적을 위해 잠깐 동안 어떤 장소에 함께 모이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나라가 잘못된 법이나 계획을 추진할 때 사람들은 집회를 열어 반대의 뜻을 전합니다. 더 많은 시민들이 알 수 있게끔 움직이면서 집회를 열면 '시위'라고 하지요. 만약 학교급식에 벌레가 계속 나와서 어린이들이 점심시간에 학교운동장에 모여 더 좋은 급식을 달라고 요구하기로 했다면, 이것도 집회입니다. 또 학교 앞에서 주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까지 걸으면서 어린이들이 바라는 것을 표현하기로 했다면, 시위가 되는 거예요.

전라북도 부안 어린이들이 핵 없는 세상을 바라는 집회에 참가하고 있어요. 이 사진은 <참소리>라는 인터넷신문에서 빌려온 거예요.

▲ 전라북도 부안 어린이들이 핵 없는 세상을 바라는 집회에 참가하고 있어요. 이 사진은 <참소리>라는 인터넷신문에서 빌려온 거예요.



집회와 시위를 열 수 있는 자유는 특히 힘이 약한 사람들에게 절실한 권리입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선 힘센 정치인이나 사장, 유명한 연예인 이야기는 자주 다루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잘 다루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는 자신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기 힘든 사람들은 절박한 마음으로 여럿이 함께 모여 큰 목소리를 내려고 합니다. 그래야 들은 척도 않던 정부나 국회의원들을 움찔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숲속나라 약한 동물들이 궁궐 앞에 모여 잘못된 명령을 거둬달라고 요구했던 것처럼 말이지요. 이렇게 정치가 힘센 사람들만을 위해 돌아가지 않도록 하려면 집회나 시위를 열 수 있는 자유가 꼭꼭꼭! 보장되어야 합니다.

경찰이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어요. 그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 경찰이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어요. 그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그런데 경찰이 집회나 시위를 아예 열지 못하도록 막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숲속나라에서 늑대 경찰과 코끼리 부대가 동물들을 흩어놓으려고 했던 것처럼 말이지요. 살 길이 막막해져 절박한 심정으로 모인 사람들, 집회 말고는 자기 뜻을 전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이런 행동은 엄청난 분노를 갖게 만듭니다. 그러다 보면 집회를 계속하려는 사람들과 막으려는 경찰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게 마련이지요. 매일 사람들을 위협해 흩어지게 만드는 훈련을 받고 몽둥이와 방패로 무장한 경찰과 부딪히면,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다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두 달 전에는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던 농민 두 분이 경찰이 휘두른 폭력 탓에 목숨을 잃는 끔찍한 사고도 있었어요.


'어떻게'보다는 '왜 모였나'에 관심을~

그런데도 우리 주위에는 집회나 시위를 곱지 않은 눈으로 보는 이들이 꽤 많습니다. 집회를 막으려는 경찰과 부딪히면서 일어나는 다툼만 보고 집회나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을 나쁘게 말하기도 합니다. 힘센 동물들이 내린 명령 때문에 약한 동물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절박한 마음으로 궁궐 앞에 모였는지, 궁궐 앞에는 아무도 모이지 못하게 하고선 자기들끼리 더 나쁜 명령을 만들려고 했던 게 얼마나 큰 잘못인지 생각해보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왜 금지된 궁궐 앞에 기어코 모여서 늑대 경찰을 밀어냈냐고만 탓합니다.

우리 동무들도 거리를 지나다가, 텔레비전을 보다 여러 사람이 모여 집회나 시위를 여는 모습을 보게 될 거예요. 그럴 때면 머리에 두른 빨간 띠, 팔을 들어올려 구호를 외치는 모습, 경찰과 싸우는 모습만 보지 말고 눈과 귀를 크게 열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왜 모였나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고 자기 생각을 키워나가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니까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