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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갇힌 자들을 위한 세 번째 자료

『감옥인권 시리즈 3 - 감옥관련 훈령·예규집』



16일 감옥과 관련된 훈령 및 예규 75개를 엮은 『감옥관련 훈령·예규집』이 나왔다. 훈령·예규집은 <인권운동사랑방 감옥인권팀>이 '갇힌 자들의 벗'으로서 펴낸 세 번째 자료집이다. 감옥인권팀은 교정행정에 대한 수용자들의 정보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시기 "알면 권리가 보인다"는 문제의식 아래 2002년에 『감옥관련 법령자료집』을, 2004년에는 『감옥관련 판례자료집』을 펴낸 바 있다.

그렇다면 감옥인권팀은 무엇 때문에 법령자료집에 만족하지 않고 훈령·예규집을 별도로 묶었을까? 이에 대해 감옥인권팀 고근예 상임활동가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법이나 시행령은 교도소와 관련된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교도관들은 사실 (법이나 시행령보다는) 법무부 훈령이나 예규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훈령이나 예규는 법령에 정해진 원칙 아래 법무부가 정해놓은 세부사항들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수용자들은 자기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훈령이나 예규들을 접할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용자들이 훈령이나 예규에 대해 알게 된다면, 교도관들의 위법하고 부당한 처우에 보다 구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지난 2월 대전지법(판사 여훈구)의 한 판결은 일선 교정현실에서 법이나 시행령보다는 훈령이나 예규의 규정력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전에는 수용자가 법무부장관에게 청원서를 제출할 때 사전에 소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정들이 있었는데, 현 행형법은 이를 개정해 이른바 '사전제출 의무'를 없앴다. 그러나 '수용자 집필제도 운영지침' 등 관련 훈령·예규에는 청원서의 작성을 여전히 소장의 허가사항으로 규정해 놓아 법 개정의 취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지법은 훈령·예규를 근거로 수용자의 청원권을 제한한 것은 위법하다며 공주교도소를 상대로 손해배상 판정을 한 것이다.

사실 훈령·예규집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교정 관련 훈령·예규 목록은 지난해 9월 법령자료집 개정판에 이미 실린 바 있다. 감옥인권팀은 이를 토대로 지난해 12월 법무부를 상대로 훈령·예규 100개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이에 법무부는 83개의 훈령·예규만을 공개하기로 결정했고, 감옥인권팀은 비공개 결정된 훈령·예규 중 15개에 대해 이의를 신청했다. 이후 법무부는 이의신청이 된 15개의 비공개 훈령·예규 중 7개에 대해 공개 결정하고, 3개에 대해서는 부분공개 결정을 했다. 결국 감옥인권팀은 공개 결정된 훈령·예규 93개 중 수용자와 직접 관련이 있는 75개를 자료집으로 묶게 된 것이다.

한편, 이번 훈령·예규집은 훈령과 예규 각각에 대해 내용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가나다 순서대로 단순히 묶인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공개된 훈령·예규들 중 위법·부당하거나 인권적으로 문제가 있는 규정들에 대한 주석이 달렸더라면, 훈령·예규집은 수용자들 스스로 잘못된 규정에 불복종할 수 있는 지침서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는 이제 수용자 각자의 몫이자 감옥인권팀의 향후 과제로 남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 때문에 훈령·예규집의 의미가 퇴색돼서는 안 될 것이다. 훈령과 예규 자체가 부당한 처우에 대한 수용자들의 집단적인 저항을 이끌어 낼 굳건한 토대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후 '감옥인권 시리즈 4'에 대한 발간 계획은 아직까지 잡히지 않고 있지만, '갇힌 자'들에게 필요한 자료가 무엇인지 감옥인권팀의 고민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