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일본 대북제재론과 한반도

[연재] 일본판 북한인권법 탄생전야(하)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일본의 대북제재론과 북한인권법 추진은 요코타메구미씨의 '가짜유골' 파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가짜유골' 파문은 일본 내에서 북한이 "사자(死者)의 앞에서 장난을 치고 있다"는 격앙된 감정을 불러일으키면서 북한을 응징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는 <네이처>의 기사(2월2일자)에 따르면, 유골 DNA감정단을 이끌었던 연구자도 유골은 "다른 사람의 것"이라는 감정 결과가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not conclusive)"는 점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유골을 건네받은 후 3개 연구소에 의뢰했는데, 그중 2개는 판정불가 결론을 내렸고 유일하게 '가짜'라는 결과를 발표한 테이쿄대학 감정단의 리더가 결론의 오류가능성을 인정한 셈이다. 게다가 이 연구자가 사용한 방식도 사회적으로 공인된 방식이 아니다. 이와같은 내용은 일본과 한국의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민주당의 스토 노부히코 의원이 '과학적 확증'도 없이 단정을 내리고 그에 기초해 북한을 몰아세우는 것은 "외교적으로 경솔했다"라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스토 의원의 지적은 납치문제와 가짜유골 파문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진실공방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한 것이었다. 북미간의 고농축우라늄 핵프로그램의 존재여부를 둘러싼 진실게임과 마찬가지로 유골의 진위에 대한 북일간의 공방도 확증 없는 공격과 그에 대한 전면부정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협상의 상대에 대한 확증 없는 공격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협상을 좌초시키는데 결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미 북한은 일본의 DNA감정 결과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비망록을 보낸 바 있다. 그리고, 진실을 '날조'한 일본과 협상의 테이블에 함께 앉을 수 없음을 거듭 밝히고 있다.


대북제재론의 '혼네'(본심)는 북한붕괴 유도?

가짜유골 파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 내에서 납치, 북한 등과 관련해 객관적인 정보 전달과 합리적인 논의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유골 감정결과도 공식보고서에는 "유골의 일부에서 다른 사람의 DNA가 검출되었다"라는 결론이 "유골은 가짜다"라는 단정으로 이어졌다. 특히, 대북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일본 정치인들이 북한 "체제전복"과 북한 "붕괴론"을 역설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북한을 포위압박하면, 굳이 군사적 공격을 가하지 않더라도 붕괴시킬 수 있다는 미국 네오콘의 논리와 같다. 또한, 일본 내에서 일고 있는 대북강경론이 일본의 우경화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것은 일본의 대북 강경론자들이 납치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북제재를 단행해야 한다고 선동하고 대북강경여론에 편승하고 있지만, 사실 그 본심은 다른 정치적 의도에 있는 것이다.

문제는 납치피해자들과 가족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과 일본 사이에는 대화가 중단되고 상호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이다. 납치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북일 사이의 대립으로 인해 동북아와 한반도의 정세는 끊임없이 불안정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 불안정이 초래하는 피해는 온전히 이 지역의 민중들에게 닥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납치문제 해결과 인권을 명분으로 한 대북제재론이 낳은 반인권적 결과이다.
덧붙임

이준규 님은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의 운영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