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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가보안법, 니가 예술을 알어?

미술인들, 11일까지 '국보법과 창작의 자유'전 진행

'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어느 순간 이적표현물이 되어 빨갱이가 되어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에 이름조차 적지 못하는 한 작가'가 그린 그림 '진짜 빨갱이'가 벽에 걸려 있다. 그림에는 '단지 빨간색일 뿐'인 한 사내가 잔뜩 웅크린 채 두려움 가득한 눈만 껌벅이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범미술인 연대'(아래 범미술인 연대)가 준비한 'A4(Art for) 자유-국가보안법과 창작의 자유'전이 지난 4일부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범미술인 연대는 "그림 한 장, 시 한 편이 국가안위를 위협한다고 믿는 저 야만의 심장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며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작가의 무의식에까지 침투해 자기 검열을 하게 하는 악법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전시회의 의의를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는 국가보안법 피해당사자인 이진우, 신학철 씨 등과 같은 미술인뿐만 아니라 2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미술인들이 세대를 넘어 한 목소리로 '국가보안법 폐지'의 마음을 미술작품에 담았다.

미술인 안성금 실행위원은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시청 광장을 가득 메우며 시위를 하고 있는데, 국보법 폐지 활동은 오히려 잠잠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안 씨는 "예술은 사회 현실과 떨어져있을 수 없다"며 "국보법은 예술가에게 있어서는 이념이나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창작의 원동력인 '상상력'을 위협하고 억압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전시회에는 '이웃집에 온 손님 간첩인가 다시 보자! 앞서가는 저 등산객 간첩인가 다시 보자!'와 같은 반공 포스터를 패러디한 작품도 눈에 띄었다. '손님'과 '등산객'마저 간첩인지 의심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국가 안보의 논리'가 얼마나 생활 곳곳에서 우리를 짓눌러왔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전시회가 끝나는 11일 범미술인 연대는 전시된 작품들을 모아 정당과 입법부에 전달, 국보법 폐지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