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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삼성, 취재 응한 노동자 쫓아내

'휴대폰 불법 복제', '위치추적' 초일류 탄압 자행

삼성SDI(대표이사 김순택)가 4일 오전 노조설립에 따른 탄압과 관련, 자사 노동자가 언론 취재에 응했다는 이유로 해당 직원을 일방적으로 정문 밖으로 쫓아내 주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삼성SDI 수원 공장에 재직 중인 강재민 씨는 지난 7월 자신과 동료들이 휴대전화를 통해 '위치 추적'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동통신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누군가가 강 씨 등의 휴대전화를 불법으로 복제하여 위치를 추적하고 감시했다는 것이다. 강 씨 등 위치 추적을 당한 9명은 모두 삼성 노조 설립에 연관된 사람들이었다.

강 씨 등은 "삼성그룹의 경영자들이 노조결성을 막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서 조직적인 위치 추적을 해왔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 등을 고소했다. 삼성은 '무노조 신화'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불법 휴대폰 복제'라는 경악할 일까지 서슴지 않을 것이라고 이들은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자 사측은 고소장을 제출한 현장 노동자 4명에게 갖은 회유와 협박을 가하며 고소 취하를 집요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회사가 직접 회유와 압력에 나선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가족들을 설득해 강 씨 등에게 고소취하를 종용하라고 괴롭혀 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 최근 고소인 4명 가운데 3명은 이와 같은 살인적인 회유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고소를 취하했다. 현직 삼성직원 중 강 씨만이 유일하게 고소인으로 남게 된 것이다.

강 씨는 지난 3일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휴대폰으로 감시당해온 사실과 함께 고소취하의 배경에는 사측의 집요한 협박이 있었음을 증언했다. 이 내용이 방송에 보도된 다음날, 강 씨는 출근을 하자마자 회사 간부와 면담을 해야 했다. 회사 간부는 강 씨의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니가 사람이냐. 회사 안에서 밥도 처먹지 말고 똥도 싸지 마라"며 비인간적 언사를 퍼부었고, 오전 11시 반경, 대리급 사원 세 명이 강 씨를 강제로 회사 정문 밖으로 내쫓았다. 강 씨를 향해 "저 새끼 절대 들여보내지 말라"고 경비 직원 앞에서 모욕을 가하기조차 했다.

강 씨는 사측이 이 사건을 오히려 근무지 이탈이라고 뒤집어 씌워 해고에 이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감수하고 4일 오후 작업장으로 복귀했다. 5일 출근한 강 씨에게 사측은 또다시 점심밥을 먹지 못하게 하는 등 상상할 수 없는 탄압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삼성해고노동자 김갑수 씨는 삼성의 탄압의 양상이 이제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송도 많이 되어서 이제 관리자가 강재민 씨에게 직접적으로 압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동료들로 하여금 왕따 시키는 수단을 쓸 것"이라며 "강 씨 사건뿐 아니라 삼성은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해서 각종 '깡패'적인 수단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고 삼성의 '초일류 탄압'에 대해 비난의 어조를 높였다.

삼성노동자탄압분쇄공대위 노영란 집행위원장은 '휴대폰 복제 및 위치 추적'에 대한 사측의 혐의 부인에 대해 "회사가 아니라면 누가 굳이 노동자들을 위치 추적했겠는가. 그러고도 협박과 회유로 노동자들의 고소 취하를 강요하는 것은 스스로 회사의 이미지를 깎아 내리는 일"이라며 "삼성은 비인간적인 인권 탄압을 중지하고, 이번 일에 대해 대국민적인 사과와 함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