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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인도주의의 가면을 쓴 패권주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쑥대밭으로 만든 먹구름이 한반도를 향해 밀려들고 있다. 인권을 볼모 삼아 특정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인권의 정치화'가 바로 그 먹구름이다. 현지시각 28일 미국 상원을 통과한 수정 북한인권법안(HR 4011 EAS)은 '이라크 해방법'과 '이란민주화법안'의 계보를 잇고 있다. 미국에게 필요한 적을 만들고 그 적을 제거할, 그들의 명분 쌓기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어느 국가나 인권문제가 존재하듯이 북에도 분명 인권을 배신하는 현실이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미국은 북한인권법의 제정 목적을 '인도주의에 입각한 북인권 개선'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 법안이 걸치고 있는 화려한 겉옷에 불과하다. 법안을 추진해온 주체들은 북의 인권개선에 대해 진지하게 노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동전의 한 면일 뿐 그 뒷면엔 '미국의 패권주의를 향한 음모'가 새겨져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 법안은 미국의 개입을 통해 북인권이 개선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충만해 있다. 탈북단체들에게 엄청난 보조금을 약속하며 대북 라디오 방송 연장 및 그에 대한 물적지원과 시장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프로그램을 말하는 이 법안은, 북의 시급한 인권현안인 식량권의 해결을 위한 인도적 지원마저도 그들이 납득할 만한 기준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법안을 구성하는 각 요소들은 "북 체제 붕괴"라는 비밀이랄 것도 없는 '숨겨진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이 말한 대로 "소련이 붕괴했듯 김정일 정권이 붕괴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을 법안은 충실히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60년에 걸친 증오의 세월을 넘어 이제 겨우 시작된 민족 화해와 평화 공존 노력을 앗아갈 수 있는 이 법안이 북한주민의 인권을 염려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인권법은 '인권을 위해 총을 든다'는 악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씨앗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