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 은종복의 인권이야기 ◑ 국가 폭력에 맞서야 한다

오늘로 김재복 수사는 51일째, 동화작가 박기범은 37일째 목숨을 건 밥 굶기를 하고 있다. 그들은 경북 울진에서 시작하여 청와대로 걸어오며 이라크에 간 한국군의 철군을 외친다.

지금도 이라크에서는 하루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미군의 총알과 포탄으로 죽어 간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한 이후로 4만 명 이상의 이라크 인민들이 죽었다. 이라크의 많은 사람들이 후세인의 철권 통치 아래서 신음했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미군의 군홧발 아래서 숨막히는 삶을 산다. 이라크 인민들의 미군에 대한 저항은 끝이 없다. 아마 미국의 패권주의자들은 자기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이라크 사람들 모두를 다 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것은 이라크인 모두의 목숨이 아니다. 그들은 이라크가 가지고 있는 석유를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이라크가 미국 자본가들의 배만 불리는 시장이 되기를 원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말 잘 듣는 미국의 꼭두각시 정권을 세워놓고 이라크 인민들의 피를 빨아먹으려는 생각이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조선 인민들을 그렇게 했듯이.

미국의 패권주의자들과 자본가들은 이라크 인민들에게 민주, 평화, 자유, 인권을 보장해 준다고 사탕발림을 한다. 그런데 그들은 그런 좋은 가치를 찾으면서 살아있는 목숨을 마구 죽인다. 부시는 새벽마다 하느님께 기도를 한다고 한다. 그가 믿는 하느님은 살아있는 목숨을 함부로 죽여도 된다고 허락하시나 보다.

이런 모든 것이 국가 이익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다. 바로 '국가 폭력'이다. 국가는 개인간의 다툼을 막기 위해 생겼는데 이제는 그 국가가 온갖 좋은 가치를 입으로 나불대며 살아있는 것들을 함부로 죽이는 폭력 집단이 되어 가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한반도 남녘 인민의 과반수 이상이 이라크 파병을 반대했는데도 국가 이익을 내세워 군대를 보냈다. 그는 이제 침략 전쟁에 군인을 보낸 전쟁 범죄자가 되었다. 이라크에 간 한국군들은 미국의 침략 정책을 도울 것이고 그것은 대다수의 이라크 사람들을 못살게 하는 것이다. 국가 폭력이다.

지난 9월 3일 러시아 남부 북오세티야 공화국의 조용한 마을 베슬란시 제1중학교 입학식에 인질 사건이 일어나 수백 명의 아이들을 포함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 무장세력들이 어린아이와 여성 등을 인질로 자신의 뜻을 이루려는 것도 잔악한 짓이지만 인질 사건을 빨리 끝내기 위해 별 협상 없이 무자비하게 강제 진압하여 어린 생명들을 앗아가게 한 러시아군의 폭력은 끔찍한 학살이었다. 총탄이 난무하는 속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에 떨며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는 듯 하여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다. 러시아군의 무력 진압은 명백한 학살이요, 국가 이익을 앞세운 국가 폭력이었다.

이제 우리는 이런 국가 폭력 앞에 저항해야 한다. 살아있는 것을 다 죽이는 미국의 침략 전쟁을 온몸으로 거부해야 한다. 국가 이익을 앞세워 침략 전쟁에 보낸 군인들은 모두 철군해야 한다. 테러범을 잡겠다는 이유로 수많은 목숨을 죽이는 학살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지금 김재복 수사와 동화작가 박기범은 목숨을 건 밥 굶기로 이런 국가 폭력에 맞서고 있다. 이라크의 어린아이들이 죽어가도록 한반도 남녘의 군인을 보낸 것을 뉘우치며 평화의 바람을 조용히 일으키고 있다.

이렇듯 세상은 자기 목숨 버리며 남의 목숨 살리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온갖 국가 이익을 들먹이며 살아있는 목숨을 죽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어느 쪽에 서 있어야 하나.

◎ 은종복 님은 '풀무질' 서점 일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