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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학교로 돌아오는 것이 사명이었죠"

용화여고 진웅용 교사 복직 돼

"용화여고 국어 교사입니다. '바리데기'가 교과서에 나오는데요. 녹음된 것이 있으면 구할 수 있을까요?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직접 들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인터뷰 중에 걸려온 휴대전화의 내용은 교과 수업과 관련된 것이었다. "오랜만에 학교에 나와서 그런지 의욕이 더 많이 나네요"라며 환하게 웃는 진웅용 교사의 미소는 9개월 만이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학교와의 싸움. 결국 그 해 10월 학교측의 파면 징계로 학교를 떠나야 했던 용화여고 진웅용 교사는 교육청의 재심 끝에 4월말 복직 통보를 받았다.

수업을 시작한 지 3일째. 진 교사는 "복직을 통보 받고 무척 기뻤지요. 그 동안 농성과 단식 등으로 몸도 마음도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거든요"라며 지난 일들을 떠올린다. 파면 이후 학교 운동장 옆에서 한 겨울 농성을 벌였던 진 교사는 법원의 철거 명령에 농성을 접어야 했고, 교육청 앞에서는 사태해결에 나서지 않는 감독기관의 방관자적 태도에 대해 또 다시 단식으로 항의하기도 했다. 진 교사 파면의 표면상 이유는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을 깨우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진 교사에 대한 보복성 징계라는 비난이 그치지 않았다. 진 교사는 교육청 게시판을 통해 교내 문제를 고발했던 허성혜 학생에 대한 학교 징계의 부당성을 주장했고, 학교의 예결산 문제를 지적해왔다. 눈에 곱지 않은 교사에 대해서 일단 파면이라는 징계부터 해놓고 사후처리를 하는 사립학교재단의 막강한 권한은 비리와 부당한 조치에도 침묵을 강요하는 근원이다.

진 교사는 "학교로 돌아 와야한다는 것이 부담이면서 또 사명이 됐다"고 말한다. 불합리한 것에 대한 정의로운 목소리가 불이익을 당하는 것으로 끝날 경우 수백명의 용화여고 학생, 학생들의 친구, 부모님 등 수천명에게 전해지는 메시지가 무엇이겠냐고 묻는 진 교사. '불의를 보아도 나서지 말고 조용히 있어야 한다'라는 잘못된 메시지는 결코 남길 수 없었다고 말한다.

2001년 노조를 결성하고 활동을 시작한 후부터는 담임을 맡지 못하고 있다는 진 교사는 "학교에서는 나에 대한 문서를 작성하면서 '위장취업 했다'고까지 썼다"며 학교측의 굴절된 시각을 전한다. 허성혜 학생과 진 교사의 일을 거치면서 학교의 권위주의적 태도에 변화가 있었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하며, "앞으로 더 많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야할 일이 학교에는 여전히 많다. 세련된 방법을 찾아봐야겠다"며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