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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강화되는 노동강도, 죽어가는 노동자

한국타이어 노동자, 기계에 머리 끼어 사망

대전의 한 공장에서 노동자가 기계에 압착, 사망하는 사고 발생해 안타까움과 함께 산업재해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28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소병섭(40)씨가 기계에 머리가 끼어 사망했다. 소 씨는 검사공정에 해당하는 유니포미터머쉰이라는 발란스기계를 조작하던 중 머리가 압착되면서 두개골이 함몰되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사 12년차였던 소 씨는 숙련공이었고, 기계는 사용연수 10년차의 타이어 발란스를 맞추는 기계로 돌발 상황시 자동으로 멈추게 되어 있으나,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동당 대전시지부와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 등은 29일 오전 대전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 씨 사망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마련,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고의 주요원인이 무리한 감원으로 인한 과도한 작업량 증가와 경영혁신을 명분으로 한 TPM제도 실시 등 높은 노동강도라고 주장했다. TPM(전원참여생산보전)제도는 노동자들로 하여금 정규업무시간외 작업을 강요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생산지원팀 박용삼 과장은 "노동강도증가 때문이라는 것은 민주노총에서 하는 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종합적으로 경찰에서 조사하고 있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산재의 가장 큰 원인이 노동강도 강화와 생산량에 대한 압박감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근속년수 9년차의 아무개 씨는 "전에는 2명이 함께 작업하던 기계를 회사에서 1명만 작업토록 하면서 동일한 생산량을 요구한다"며 "청소할 때 기계를 세워야하지만, 회사는 생산량을 강요하고 노동자가 이에 따른 압박을 받기 때문에 세우지 않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노동자는 또한 "인원을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3반3교대에서 4반3교대로 전환해 365일 공장이 돌아가는 대가로 노동강도가 강화되었다"고 말한다.

98년 한국타이어에서 해고당한 박희태 씨는 "89년 9월 사망사고 이후에 과로사 5명 등 노동강도 강화로 매년 산재가 증가하고 있다"며 "현장 노동자의 말을 들어보면 하루가 멀다하고 크고 작은 산업재해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측이 내놓고 있는 산재예방을 위한 대표적인 대책은 '일정한 기간동안 산재가 발생하지 않은 부서 전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이 오히려 산재를 은폐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동자는 "부서에서 산재가 발생하면 6-70명 정도의 부서원들이 인센티브를 못 받기 때문에 동료의 아픔보다는 오히려 산재 당한 동료를 미워하게 된다"며 "이로 인해 부상을 산재로 처리할지 갈등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본의 악랄한 노동강도 강화가 결국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