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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이번에는 길고 긴 투쟁의 끝을 봐야지요"

<현장> 10일째 맞은 삼성생명 해고자 단식농성장

'삼성생명해고자 복지투쟁위원회' 노동자들의 단식농성이 10일째 이어지고 있다. 연 이틀 새벽비가 다녀간 뒤 비닐천막 틈새로 싸늘한 바람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지만, 22일 농성장에서 만난 이들의 투쟁 의지는 여전히 강고했다.

98년 IMF 위기로 인해 엄청난 적자가 예상된다는 사측의 거짓말에 속아 십 년 넘게 몸바쳐 일해온 직장에서 쫓겨난 분노 때문이었을까. 단식으로 인해 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이들은 아침 7시부터 시작되는 힘겨운 일정을 지켜내고 있었다. 성시애 대외협력국장은 "매일 출근시간 삼성생명 본사 근처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이건희 회장 자택 부근에서도 항의시위를 계속하고 있다"며 "힘들더라도 되도록 더 많은 곳에서 삼성의 부당한 처사를 규탄할 수 있도록 활동반경을 넓혀갈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강고한 의지와는 달리 건강상태는 나날이 나빠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단식자들 대부분이 40세 이상의 여성들이고, 심지어 지병이 있으면서도 단식을 결행한 사람도 있어 단식 중 병원으로 실려 가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성 대외협력국장은 "현재 9명이 입원해 있고 5명이 요양중이며 건강상 이유로 중단한 사람들도 생겼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50여 명은 유서를 품에 간직한 채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다.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농성에 돌입하면서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해야 했던 것. 한 해고자는 자식 돌잔치가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농성장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이명숙 부위원장도 "아들이 다음달 6일에 입대하는데 엄마 노릇도 제대로 못해 미안하다"며 눈물지었다.그럼에도 삼성측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심지어 농성장 주위에 차량을 여러 대 주차시켜 놓고 단식자들을 감시하기도 해 이들의 분노를 사고 있었다. 성 대외협력국장은 "가는 곳곳을 미행하면서 농성지원 때문에 단식에 참여하지 않는 간부나 단식을 중단한 사람들이 끼니를 때우는 장면을 촬영하는 등 단식투쟁에 흠집을 가하려는 온갖 치졸한 짓을 다하고 있다"며 몸서리쳤다.

이 부위원장은 "언론조차 외면하는 상황에서도 끊이지 않는 지지의 발걸음이 해고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면서 "이번에는 지난 5년간 길었던 투쟁을 끝맺음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연대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날로 원직복직을 위한 이들의 투쟁은 어느새 1611일을 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