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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미군 4500명은 왜 후송되었을까

6천명 후송자 중 75% 이유 의문…열화우라늄탄등 원인 지목

이라크전 개시 이후 지금까지 6천명 이상의 미군이 '의료적인' 이유로 후송되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미국사회는 물론 미국으로부터 전투병 파병 요구를 받고 있는 나라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후송된 미군의 75%가 어떤 의료적 문제를 안고 있는지 그 구체적 내용이 밝혀지지 않고 있어 더 큰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육체적 혹은 정신적 이유로 후송된 미군 수가 6천명을 넘어섰다는 보도를 최초로 내놓은 것은 <워싱턴포스트>지였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지난 2일자 기사에서 미 중부사령부를 소식통으로 인용하며 이 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뒤이어 14일 영국의 일요신문 <옵저버>지도 자사가 입수한 자료를 근거로 유사한 내용을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당시 기사에서 후송된 6천명 중 1124명이 전투로 인해 부상당했고, 301명은 차량사고와 같은 비전투 사고로 인해 부상당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옵저버>지는 전투로 인한 부상자 수를 1178명이라고 보도했다. 보도 날짜의 차이와 지난주에만 55명의 미군이 작전 중 부상을 당했다는 발표 등을 종합해 볼 때, 두 신문간 전투중 부상자 수의 오차는 거의 없는 셈이다. 문제는 후송 사유가 뚜렷하지 않은 나머지 4500명에 대해서는 두 신문 모두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지금껏 미군 당국은 이들 4500명이 어떤 진단을 받았으며, 발병하기까지 어떤 임무를 수행 중이었는지, 얼마 동안 병을 앓았으며 또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후송작업도 은밀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세계사회주의자웹사이트>(WSWS)는 지난 9일자 기사를 통해 '4500명의 군인을 포함해 이미 사망한 군인들 가운데서도 열화우라늄이나 탄저병 백신에 노출된 것이 원인일 수 있다는 강력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최근 심각한 폐렴을 앓다 사망하거나 입원하는 미군에 관한 보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신문은 "열화우라늄에 오염된 미립자를 집중 흡입하게 되면 폐와 신장이 손상을 입게 된다는 사실은 이미 확증되었"고, "탄저병 백신 역시 폐렴을 불러일으킨다는 의학적 의혹이 보고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말한 의혹이란 지난해 Cardiopulmonary and Critical Care Journal 8월호에 게재된 세 명의 군의관의 보고를 말한다.

또한 신문에 따르면, 지난 7월 12일 폐렴으로 사망한 조시 노이취와 8월 6일 사망한 제페리노 콜렁가의 가족들 역시 미군 당국이 사망 원인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고인의 의료 기록과 피와 조직 샘플 등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걸프전 참전군인을 돕는 <전국걸프전자원센터>도 이들 가족들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걸프전 증후군'을 낳은 주인공이었던 열화우라늄을 이들 군인들의 후송 사유로 지목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번 이라크전에서는 100∼200톤 가량의 열화우라늄탄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군의 즉각적인 중동지역 철수를 주장하는 군인가족단체인 <그들을 당장 집으로 돌려보내라!>(Bring Them Home Now!)는 군인들을 열화우라늄으로부터 보호할 유일한 길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옵저버>지가 인용한 전문가들의 경고처럼, 장기간 전투상황에 노출된 미군들 가운데 심리적 장애가 발생한 경우다.

그 어떤 경우든 미군이 겪고 있는 악몽 같은 오늘은 이라크로 파병될 한국군이 겪게 될 내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