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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삼성생명 현직과장, 산재요양 얻어내

구조조정 압박과 모멸감 이유…긴 싸움 끝에 승리 거둬


이른바 초일류기업임을 자처하는 한국 최대의 거대기업 삼성. 하지만, 그 허명 뒤에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고통과 눈물이 감추어져 있다. 최근 한 40대 삼성노동자가 2년간의 지루한 싸움 끝에 마침내 산재요양승인을 받아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는 삼성자본의 치밀하고 비인간적인 구조조정계획에 희생 당해온 한 노동자의 분노가 일구어낸 작은 승리였다. 그의 외로운 싸움은 삼성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비참한 노동 현실의 일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월 29일 삼성생명 대구지사에 근무하던 이모 차장(56년생, 현재 정직 중)은 대구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한 통의 산재승인통지서를 받았다. 지난해 7월 신청했다가 기각되었던 산재요양신청을 올해 5월 재심 신청하여 마침내 승인을 받아낸 것이다.

지난 2001년부터 이 씨는 구조조정의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씨는 퇴사를 거부하였고 이후 회사로부터 계속적인 퇴직압력과 인사고과 누락, 차별 대우, 부당 대기발령, 조직적 따돌림 등의 부당한 처우를 겪어야만 했다. 근 20년간을 몸바쳐 일해온 직장으로부터 받아야만 했던 인간적인 모멸감과 조직적인 따돌림은 정신적 충격,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함께 '우울성 신경장애', '불안신경증과 신경성 위장병', '역류성 식도염' 등의 질병들을 야기했다. 이로 인해 이씨는 그해 말부터 대구지역의 온갖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극심한 심적, 육체적 고통으로 피폐해진 삶을 이 씨는 거대기업 삼성에 맞선 싸움으로 일으켜 세웠다. 이씨는 그 동안 직장상사와의 상호고소, 징계처분, 폭력사건 등 사측으로부터 온갖 회유와 협박을 당해왔다고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요양승인 통지서에서 "회사와의 지속적인 갈등상황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하여 불안신경증이 발생하였다는 의학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 씨는 "지금은 사측뿐 아니라, 근로복지공단이나 노동청, 지방 노동위원회의 부당한 처사에도 분노를 느낀다. 노동자의 편에 서서 이들을 대변해줘야 할 기관들이 거대 기업인 삼성 앞에서는 온갖 사유를 들어 책임을 회피하였고, 도리어 사측의 입장만을 대변해준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다 때려치우고 싶은 때도 많다. 내가 겪어온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산재승인만이 전부가 아니다. 정당한 보상을 받아낼 때까지 싸울 수 있는 한 끝까지 싸워볼 것"이라는 이 씨에게서는 앉아서 당하기만 해온 노동자의 분노가 느껴졌다.

98년 IMF 위기이후 지금까지 삼성은 소리소문 없이 수많은 노동자들을 퇴출시켜 왔다. 이러한 대규모의 구조조정 과정 속에서 이 씨와 같은 드러나지 않은 예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짐작할 수조차 없다. 구조조정이 본인들의 희망에 의한 사직으로 이루어졌으며, 강제적인 방법으로 퇴사를 강요한 적은 없으며 모든 과정은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주장하여 온 삼성그룹. 하지만 최근에 공개된 삼성의 '인력구조조정 시나리오와 대응방안'에 관한 극비문서의 내용과 이씨에게 가해진 온갖 인간적 멸시와 조직적 차별은 초일류 기업을 자처하는 삼성자본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대하여 왔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삼성의 비인간적인 처우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며 "삼성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제 권리와 인간적인 삶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들을 대변할 수 있는 자주적이며 민주적인 노동조합을 건설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이번 이씨의 산재요양승인 판결이 삼성 자본으로부터 부당한 피해를 입은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투쟁하면 이길 수 있다는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며, 현장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힘차게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