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한 명이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하철 철로를 점거했다.

28일 낮 12시 20분,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아래 이동권연대) 소속 이광섭 씨는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철로를 기습 점거, 쇠사슬로 철로에 몸을 묶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이씨는 지난해 발산역과 이달 송내역에서 발생한 장애인 추락참사에 대한 서울시와 철도청의 책임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며, 20여분간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의해 들려 나와 종로경찰서로 연행됐다.

1급 지체장애인인 이씨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 철로에 내려섰다"며 점거 이유를 밝히고 "모두들 리프트를 한 번 타 보라"고 말했다. 이씨는 "장애인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1∼2분내에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지만, 리프트를 이용하면 계단을 오르는 데 20분, 내려가는 데 20분이 걸린다"며, 장애인 이동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더욱이 리프트 시설 자체가 안전하지 못해 '장애인의 이동은 곧 죽음과 사고의 위협'이라는 것이 이씨의 지적이다.

이 씨가 연행되자 이날 오후 2시 서울 혜화동 로터리에서 '23차 장애인 버스타기' 시위를 벌였던 이동권연대 회원들은 종로경찰서까지 버스로 이동, 이 씨를 면회하고자 했으나 경찰에 의해 2시간 동안 맞은편 길에 격리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일 이동권연대는 발산역 사고의 책임 인정과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의 간격에 대한 안전대책 마련 등 4가지 요구안을 서울시에 제시하고 답변을 촉구한 바 있다.<본지 5월 21일자 참고> 그러나 서울시는 24일 보내 온 공문에서 "발산역 사고에 대해서는 이미 유감을 표명했고 더 이상 책임이 없다"고 밝히고 "안전대책 역시 마련중"이라는 답변을 내놓아 장애인들의 분노를 샀다.

버스타기 시위에 참석한 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서울시의 답변에 대해 "상가집에 가서는 누구나 죽음에 유감을 나타내는 법"이라며 "서울시의 유감표명은 바로 이와 같은 것으로 사고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26일 1호선 전철 세류역에서 70대 노인이 전철과 승강장 사이에 발이 끼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박 공동대표는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의 간격을 좁히거나, 경사로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는 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교통약자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박 공동대표는 "현재 사고책임을 전동차 운전자에게 몰아가고,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관계 당국은 안전대책의 마련은커녕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고 비난했다. 이날 종로경찰서 앞에 모인 장애인들은 계속되는 사고에도 책임지는 곳 하나 없는 현실에 분개하며 '교통 약자들이 죽음으로 내 몰리는 야만의 시대'라며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