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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에바다 문 드디어 열렸다

민주 이사진, 불법점거된 에바다 1년 반만에 되찾아


굳게 닫혀져 있던 에바다 농아원의 문이 마침내 열렸다.

28일 오후 2시 40분경, 김용한 농아원장 직무대행과 김지원 에바다학교 교장, 남구현 이사(한신대 사회복지학 교수)를 비롯한 민주 이사진 5명 등은 정문을 꽁꽁 휘감고 있던 쇠사슬을 끊고 바리케이드를 밀며 에바다의 문을 힘차게 열어제쳤다. 1년 6개월 동안이나 구 재단측 인사들에 의해 불법 점거된 상태로 방치돼 있던 에바다의 문이 드디어 열리는 순간이었다.

이에 앞서 정문 앞에 모인 이사진의 얼굴에는 2001년 8월 민주적 이사회가 구성된 이래 한번도 발조차 들여보지 못한 에바다 안으로 오늘만은 기필코 들어가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묻어있었다. 지역 노동자들과 학생 1백여 명도 이들 이사진의 뒤를 따랐다.

남구현 이사는 "우리는 에바다 이사들이고 여기 교장 선생님까지 계신데, 에바다의 문은 이렇게 우리를 향해 굳게 닫혀있다"면서 "우리는 빨리 업무를 개시해 에바다를 정상화해야 할 책임이 있으므로 오늘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평택경찰서 측이 이사진만 들어갈 것을 종용하자, 남 이사는 "이미 이사들만 들어가려고 여러 번 시도했었지만, 그때마다 똥물 뒤집어쓰고 부상까지 당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폭력을 방관하지 않았느냐"며 되물었다.

최낙성 이사(전교조 경기지부)도 "우리 이사들이나 이사장의 허가를 받은 방문자들은 시설에 들어갈 법적 권한이 있는 사람들"이라면서 예전처럼 경찰이 폭력사태를 방치하거나 이사진의 진입을 가로막을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2시 40분이 가까워지자 이들은 정문을 열고 마침내 에바다 시설 안으로 들어섰다. 지난달 해아래집 학생 여러 명을 불러내 폭행했던 졸업생 최모 군을 비롯한 일부 농아원생이 진입을 가로막고 소화기를 분사하며 거세게 저항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폭력을 행사하는 일부 원생들과 박미영 등 구 재단측 직원을 그대로 방치해 거센 항의를 받았다.

농아원에 남아있는 15명 정도의 원생들을 진정시키고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이사진들은 법인 사무실과 학교건물을 둘러보며 상황을 점검했다. 오늘 이사진의 진입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시설 곳곳의 문은 안으로 잠겨져 있었고, 구 재단측 비리 관련 자료들도 말끔히 사라지고 없는 상태였다. 학교건물을 둘러본 박래군 이사(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교실은 난장판이 되어 있고, 천장에서는 물까지 새고 있다"면서 에바다 정상화를 위해 남은 과제가 많음을 상기시켰다.

한편 4시경 시설을 점검하는 도중 본관에서 최성창 씨(전 이사장)와 그의 부인이 숨어있는 것이 발견됐다. 이들은 그동안 시설을 불법 점거하고 농아원생들의 폭력을 사주해 지난해 2월 법원에서 '출입금지 가처분' 결정까지 받은 바 있다. 최 씨는 이사진들이 시설에서 나갈 것을 요구하자, "여기가 내 집이다"면서 거절했다. 이사진들이 "당신은 더 이상 주인이 아니"라며 몰아내려 하자, 경찰은 오히려 최 씨를 '보호'하면서 지금까지도 시설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있는 상태다.

밤 11시 현재, 경찰들이 시설 주변을 에워싸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문 앞에는 최씨 일가와 이들이 동원한 졸업생들이 몰려들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에바다 안에는 김칠준 이사(변호사)를 비롯한 이사들과 학생, 노동자 50여명이 침탈에 대비하고 있다. 에바다의 문은 열렸지만, 정상화를 위해서는 아직도 험난한 길이 남아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