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연재] 국가인권위원회 들여다보기 : "말문은 텄지만 깊은 대화 부족했다"

인권위, 4개 지역 인권단체들과 간담회 가져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지역 인권단체들과 말문 트기를 시도했다.

지난 5월 13일 부산, 21일 광주, 22일 전주, 27일 대전 등 4개 지역에서 진행된 인권단체들과의 간담회에는 인권위에 대한 기대가 표출되어 지역마다 적게는 20개, 많게는 50개 단체의 대표와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인권위도 김창국 위원장을 비롯하여 상임위원, 사무총장 등 고위급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지역 간담회는 대개 오전 11시에 시작해서 2시간 가량 진행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위원장의 인사말과 인권위 업무추진계획에 관한 설명을 3-40분간 진행한 뒤에는 주로 지역 인권운동 현안을 중심으로 지역단체들이 질문을 하면 위원장이 나서서 이에 대한 답변을 하는 식이었다.

인권위 국내협력과 차승렬 씨는 "지역에서 요구가 많았고, 기대가 높음을 확인했다. 최근 네이스(NEIS)에 관한 인권위의 결정이 인권위에 대한 좋은 인상과 높은 기대를 갖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였던 것 같아 인권위가 좋은 일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번 인권위의 지역 인권단체들과의 간담회는 외형적으로는 성공적으로 끝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간담회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권위와 지역 인권단체간의 말문 트기 정도에 불과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심지어는 '인권위가 마련한 홍보행사에 가서 밥만 먹고 왔다는 느낌마저 들었다'는 활동가도 있었다.


외양은 화려, 내용은 미흡

최완욱 광주인권운동센터 사무국장은 "인권 현안에 대해 단체들이 질의를 하면, 위원장은 주로 인권위의 법적인 한계를 설명하는 식으로 답변했다. 인권위 위원장이라면 법률적 한계를 설명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인권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함께 모색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 이런 식의 답변은 법률가로서는 맞을지 몰라도 인권위 위원장으로서는 부족한 것이었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부산인권센터 이광영 사무국장도 "위원장은 이번 간담회를 지역단체들에게 인권위를 홍보하는 차원의 행사로 여기는 것 같았다"고 평했다.


"지역현안 다룰 때 지역단체 배제말라"

사전에 단체들과 공동으로 질의 내용을 뽑는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열심히 이번 간담회를 준비했던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준형 집행위원장은 "인권위가 지역 현안에 대해 진지하게 들을 것을 전제로 간담회에 응했다"면서 "인권위가 지역 인권 현안을 다룰 때는 지역 인권단체를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 지역단체들이 진정을 제기한 사건을 조사하면서 지역단체를 배제하게 되면 비판을 받게 된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지역단체들을 소외시킨 채로 인권위가 독자적으로 진정 사건을 조사하고 결정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현실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이런 지적들에 대해 위원장은 대체로 노력하겠다는 정도의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전 집행위원장은 말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차승렬 씨는 "지역단체들은 인권교육, 지역단체와의 정례 간담회 등을 많이 요구했다. 첫 시도여서 어려움이 많았고, 시간도 너무 짧았다. 지역 사안에 대해서는 지역단체와 공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절실하게 느꼈다. 인권위에 대한 비판도 겸허하게 들어야겠다는 게 위원장을 비롯한 인권위 간부들의 생각이다"면서 "이제부터는 지역단체 활동가와 구체적인 사안을 갖고 실천적인 논의를 해야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번 4개 지역 간담회는 인권위가 지역단체들과의 관계 맺기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고, 평가 역시 그리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의례적인 자리에서의 짧은 얼굴 보기를 넘어서 지역 인권현안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되기를 지역단체들은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