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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언제까지 목숨 걸고 이동해야 하나"

도시철도공사, 장애인 추락사고 발뺌하기 급급


지난 10일 지하철 5호선 동대문운동장 역 계단에서 또다시 벌어진 장애인 추락사고와 관련, 15일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아래 이동권연대) 소속 회원 20여명이 항의서한을 전달키 위해 서울시도시철도공사(아래 도시철도공사)를 방문했다. 그러나 도시철도공사 측이 "대표자 출입만 허용하겠다"며 철문을 굳게 닫아 버리면서 이날 방문은 항의 집회로 이어졌다.

10일 동대문운동장 역에서 사고를 당한 이규식씨는 리프트 고장으로 공익요원과 시민의 도움을 받아 계단을 내려가던 중 전동스쿠터의 과중한 무게로 계단에서 떨어졌지만 도시철도공사는 "장애인을 돕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고"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항의 집회에서 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리프트가 고장나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공익요원에다 시민까지 도와 준 것"이라며 "무거운 스쿠터를 끌고 지하철을 타는 장애인이 잘못했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공동대표는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할 도시철도공사가 도리어 '기계는 고장 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말하고 있는데, 지하철이 고장나도 이처럼 답변 할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장애인들은 "지난해 발산역 리프트 추락사고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시와 도시철도공사의 잘못 인정과 사고방지를 권고한지 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분노했다. 지난 해 발산역 사고 직후, 리프트도 엘리베이트도 없는 답십리 역의 도시철도공사를 항의 방문하기 위해 사람들의 손을 빌어 계단으로 이동했던 장애인들은 1년이 지난 이날 항의방문에도 공익요원들의 손에 의해 이동해야 했다. 장애여성공감의 박영희 대표는 "지하철역의 높은 계단을 다른 사람들의 손으로 옮겨질 때, 장애인들이 얼마나 위태롭고 불안한지 도시철도공사의 사장님은 과연 아냐"며 "도시철도공사 사장님이 직접 체험할 기회를 만들어 주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집회를 마친 이동권연대는 도시철도공사 철문 안쪽에서 밖을 지켜보는 직원들을 향해 항의서한을 던져 넣고, "도시철도공사의 답변에 따라 투쟁의 강도를 높여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동권연대는 오는 19일 1시, 발산역 리프트 사고 1주기를 맞아 시청 앞에서 장애인 이동권 확보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