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인식전환 없이 수용자 의료권 보장 힘들다"

민․관 등 관련자 대거 모여 수용자 의료권 논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인식의 전환이다. 정부가 수용자들을 범죄자로만 보고 죄진만큼 벌을 줘야한다고만 생각하는데 건강이 뭐 대수겠느냐! 미진한 법률 개정은 물론이고 현실적인 의료예산책정과 필요장비를 손색없이 비치해야 한다."

24일 오후 7시 종로성당 대강당에서는 인권운동사랑방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공동주최한 '교정시설 수용자 의료권 보장을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인권단체활동가를 비롯해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와 법무부 직원, 연구원과 교수, 변호사와 유가족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교정시설 의료사고는 인재

이승호 교수(건국대 법대)의 사회아래 첫 발제에 나선 건 인권운동사랑방의 유해정 상임활동가. 유 상임활동가는 수용자의 의료실태라는 주제 하에 "관련된 법령의 허술함은 물론 의료인력이나 장비, 예산 등 모든 것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며, "교정시설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는 대부분 '수용자는 일반 국민과 다르다'는 교정당국의 발상이 만들어낸 인재"라고 강조했다.

'외국의 교정시설 의료실태'를 발제한 김종명 의사는 "영국의 경우 수용자 1인의 1년 의료비가 1천만원 정도고 프랑스의 경우 전체 의료 예산이 우리의 1백 배에 달하고 있다"며, "외국의 경우 수용자 의료에 관한 연례보고서가 작성돼 체계적인 계획 수립이 가능하며 이런 자료는 일반인에게도 모두 공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행형법, 의사 상주규정도 없어

이상희 변호사는 수용자 의료에 관한 국내법과 국제인권법의 비교를 통해 "미국에는 '일부러 의료에 관하여 무관심한 태도를 나타내는 경우 역시 잔인하고도 무자비한 형벌에 포함된다'는 판례가 있다"며, "국제인권법은 국가에 수용자 건강보호와 질병에 대한 의무를 명확히 적시한 반면 행형법엔 의사가 교정시설에 상주해야 한다는 규정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발제는 법무부였다. 하지만 법무부 측은 '담당자 출장'이란 이유로 불참을 통보해와 발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의료, 단순치료 아니다

발제가 끝난 뒤 마이크는 참석자들에게 돌려졌다. 민주화운동정신계승 국민연대의 박석률 씨는 "의료는 단순한 치료 뿐 아니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에서 시작한다"며, "이에 걸맞는 운동과 식사 등이 수용자에게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이 무르익을 때쯤 불참한 줄 알고 있었던 법무부 관계자 2인이 참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계속된 질타 속에 법무부 관계자는 '개인자격의 참가'라는 것을 전제한 뒤 "너무 우리만 몰아붙인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의사는 물론 의료인력과 예산을 확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다른 부처에서 돈을 주지 않고 있다. 또한 범죄 피해자들도 어렵게 사는데 어떻게 가해자들에게만 잘 해 줄 수가 있는 것이냐"며 반문했다.

이에 대해 고 조순원 씨(서울구치소)의 형은 "그렇다고 죽일 수는 없는 법"이라며 "고통을 호소한지 며칠이 지나도록 치료 한번 안해 준 게 최선이냐"고 다그쳤다.

그칠 줄 모르는 참석자들의 공방 속에서 이날 토론회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끝났다. 입장 차이는 결코 줄어들지 않았지만, 이날 토론회는 수용자 인권문제를 놓고 민과 관을 비롯한 관련자 대부분이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교환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