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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공익요원 권리투쟁, 3년만에

고된 노역에 연골파열, 공무상 재해 인정


한 공익근무요원의 권리찾기 투쟁이 3년만에 결실을 맺었다.

서울행정법원(판사 서태환)은 지난 3일 원고 김창주(27․대학생)씨가 서울 서초구청을 상대로 낸 '공무상상해 불인정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김 씨의 '공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관련기사 본지 2000년 6월 2일자>

사건은 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8년 7월부터 서초구청 공원녹지과 소속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던 김 씨는 산림감시활동과 수해복구작업 임무를 맡았다. 첫해 7월부터 9월까지 약 3개월 동안은 산사태 현장의 수해복구작업에 투입됐고, 99년엔 100kg에 달하는 공중전화부스를 산 정상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또한 빗속에서 자갈과 모래를 퍼나르는 등 고된 노역을 반복해 왔다.

평소 몸에 별 이상이 없던 김 씨는 99년 8월 오른쪽 무릎에 갑작스런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병원 진단 결과 '오른쪽 무릎관절 연골파열'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당시 진료를 담당한 강남성모병원측에선 "육체적 노무를 장기간 반복 수행했을 경우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보였고, 김 씨는 서초구청을 상대로 '공무상 재해'의 인정을 요구하게 된다.

이에 대한 서초구청측의 태도는 적반하장이었다. 구청 자문변호사들조차 '공무상 상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근무중 무릎부상을 본 목격자가 없고 △김 씨를 공상처리할 경우 다른 공익근무요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이유로 '공상 인정'을 거부했던 것. 결국 김 씨는 소송을 통해 권리찾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공익근무요원이라는 신분상 싸움이 순탄할 리 만무했다. 처음엔 '공상 처리'를 요청하는 신청서조차 접수해주지 않았고, "꾀병 부리지 마라. 쓸 데 없는 짓 하지 마라"는 등 공무원들의 핀잔과 비아냥이 쏟아졌다. 자신의 싸움을 지지해주던 동료 공익근무요원들도 하나둘씩 차가운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 씨는 "원칙대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당당히 승리하게 된 것이다.

한편, 두 차례의 수술에도 불구하고 김 씨의 무릎은 완치되지 않았다. "노동상실도 18%의 장애랍니다." 보행이나 평상시 생활의 불편은 없지만, 앞으로도 무리가 가는 운동이나 일은 할 수 없다고 한다. 이번 판결로 서초구청측은 보상 책임을 지게 됐다. 그러나 보상액이 적절치 않을 경우 김 씨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통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공무상 재해 인정을 못 받았던 탓에 수술차 병가를 얻었던 기간에 대해 넉달 간의 연장복무까지 했던 사실에 대해서도 국가의 배상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김 씨는 "시간이 많이 흐르면서 낙담하기도 했는데, 비로소 정당성을 인정받게 돼 기쁘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사례들이 굉장히 많은데, 공익근무요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주눅들어서 요구조차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후배들도 당당히 자기 권리를 찾았으면 좋겠고 그래야만 복무여건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의 사례는 공익근무요원이라는 특수한 신분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 끝에 얻어낸 결실이어서 더욱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