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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해외소식> 미 보복전쟁 선언 후 악화되는 아프간 민중의 삶

심각한 굶주림 뒤로 하고 구호단체들 출국

‘9.11 테러’에 대해 미국이 보복전쟁을 선언한 후, 아프가니스탄 민중의 삶은 더욱 황폐해지고 있다.

유엔이 운영하는 세계식량계획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은 3년째 가뭄에 시달려 왔고, 올해 말까지 전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5백50만 인구가 전적으로 구호에만 의존해서 겨울을 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구호단체 크리스챤 에이드의 아프가니스탄 책임자 크리스 버클리는 현재 서방의 모든 구호단체가 속속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는 상황 속에서 아프가니스탄인들의 굶주림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고립된 마을마다 아이들과 주민들은 영양실조와 콜레라로 죽어가고 있으며, 궁여지책으로 시작한 아편재배도 탈리반 정부에 의해 금지됐다고 전했다.

버클리는 또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85%는 농민이며, 대부분이 신문, TV, 라디오를 갖고 있지 않고, 심지어는 우편 서비스조차 존재하지 않아 미국에서 일어난 테러나 탈리반의 불상파괴 등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성급한 보복전쟁을 반대하며, 이번 사건에 편승해 엉뚱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지 메거진」의 조지 몬비엇은 “만약 오사마 빈 라덴이 없었더라면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을 만들어냈을 것”이라며, “지난 4년간 오사마 빈 라덴은 MD를 추진할 때마다, 방위비 증강을 주장할 때마다, 주요한 조약을 파기할 때마다 인용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몬비엇은 현재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이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근거로 그를 주범으로 단정짓고 있지만 테러범과 오사마 빈 라덴과의 명확한 연관성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뿐만 아니라 테러범들의 기지로 추정되는 이라크와 레바논 베카 지역도 공격의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 국방부 차관보 포올 울포윗, 부통령 딕 체니의 보좌관 르위스 리비 등이 대표하는 워싱턴의 강경파들은 대통령에게 “이번에 사담 후세인을 권좌에서 몰아낼 중대한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의 자제를 촉구하는 전세계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옥스팜 영국, 엠네스티 인터내셔널 영국지부 등을 포함해 14개의 영국 주요 자선구호단체들은 미국의 성숙한 대응을 촉구했다. 그들은 성명서에서 “미국에서 수천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우리는 더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8일에는 유엔고등판무관실 루드 루버즈도 미국이 전쟁을 계획할 때는 수백만의 빈곤한 아프가니스탄 민간인에게 끼치게 될 영향을 고려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남미의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 92년과 94년 이스라엘 대사관 테러로 숨진 희생자들의 유가족과 유대인 단체들이 나섰다. 이들은 18일 미국이 복수의 길을 선택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테러에 남편을 잃은 말라무드 씨는 “우리가 선택할 길은 복수가 아니라 정의”라면서, “복수는 좀더 많은 희생만을 가져오며 정의만이 이러한 테러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