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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고>'소리바다'와 지적재산권 문제(하)


소리바다를 둘러싼 싸움은 음반사와 이용자 사이의 갈등으로 표면화되었는데, 이것은 인터넷 환경에서 정보를 소유하려는 자와 공유하려는 자 사이의 대립으로 보아야 한다. 이것을 저작권법의 틀에서 본다면 소리바다 사용자의 MP3 음악파일 교환행위가 음악저작물을 불법복제·전송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당한 사용행위인지 문제로 좁혀진다.

냅스터 사건에서 미국법원은 냅스터 사용자들의 음악파일 교환행위를 정당한 사용으로 보지 않았다. 이전까지 적용했던 공정사용 법리를 좁게 해석하였던 것이다. TV 방송 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는 VTR 사건(1984년)이나 CD 음악을 저장하는 휴대용 MP3 플레이어 사건(1998년)에서 법원은 음악데이터가 사용자의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에서 그 사용자의 휴대용 MP3 플레이어로 전송되거나, VTR로 녹화한 TV 방송을 사용자가 가정에서 이것을 즐길 뿐이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비해 법원은 냅스터 사용자가 인터넷에 올린 CD로 가지고 있는 음악의 복제물 목록에 수백만의 다른 개인이 접근할 수 있게 되므로 시간이동이나 공간이동과 같은 공정사용 법리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쉽게 말하면, 인터넷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소리바다' 담당검사의 '물방울 효과'도 같은 논리이다.

이러한 판단은 인터넷을 하나의 거대한 복제기로 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인터넷 환경에서는 정보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복제가 수반된다. 다시 말하면 복제가 없이는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인터넷은 저작물의 복제기가 아니라 정보의 접근과 소통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한 새로운 매체이다. 정보에 대한 접근은 인간이 누려야 하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고 문화의 향유 등 행복추구권 또한 인간의 기본권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복제의 개념을 다시 구성해야 하고, 저작자의 권리와 이용자의 권리사이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정해야 한다.

인쇄기술의 등장으로 태동한 저작권은 복제권을 그 기본으로 하여 복제기술의 발달에 따라 항상 동요해왔다. 책이나 음반과 같은 유형물에 저작물이 고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매체의 유통이 곧 저작물의 유통이었다. 그러나 네트워크 환경에서 저작물은 매체로부터 분리된다. 따라서 저작권법 체제는 더 이상 복제 중심으로 규정될 수 없다. 복제 즉, 카피(copy)는 더 이상 라이트(right)가 될 수 없다. 카피는 정보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레프트(left)되어야 한다.

한편 저작권을 포함한 지적재산권의 궁극적인 목적은 저작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더 많은 지식이 사회적으로 축적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지적재산권에서 가장 중대한 관심은 저작권자나 음반사의 이해관계가 아니다. 그것은 경제적 배경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이 사실에 접근할 수 있는 자유롭고 열린 사회에 대한 관심인 것이다.
정보에 대해 저작권을 부여하는 것만큼이나 그것을 제한하는 것도 사회적으로 중요하며 나아가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적재산권은 자연권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롭게 새겨 보아야 한다.

이제는 네트워크 환경에서 정보접근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법률을 입법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이것은 저작권자의 재산권을 제한하고 이용자의 권리만을 보장하는 이분법적인 시각으로만 파악할 것이 아니라, 정보를 이용하는 자가 곧 정보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즉, 저작권자와 이용자의 경계선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정보접근권을 보장함으로써 창작자의 창작 행위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헌법 제22조의 규정(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저작자, 발명가, 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에 좀 더 충실한 법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희섭 (공유적 지적재산권모임 IPLe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