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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고> 내가 지명수배자로 몰린 사연

빅브라더에게 충성을 다하는 요원으로부터 지명수배자로 오해받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지금으로부터 3일전 밤 11시10분, 텔레비전을 보며 쉬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누가? 빼어난 미모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밤에 아무에게나 문열어주는 것이 어째 불안하여 숨죽이고 있는데, 계속되는 초인종 소리와 "인구조사예요"라는 아주머니의 목소리에 겨우 문을 열어줬다. '인구조사 나왔어요', 그런데 조사내용을 보니 황당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

본관이 이 시대에 왜 필요한 거지? 집에서 세는 나이를 알아 뭐하겠다는 거야? 내가 중학교를 중퇴했건, 졸업했건 왜 그걸 알아야 한단 말인가? 그건 교육청을 통해 통계를 낼 수도 있는데 말이지…. 일단 질문사항을 검토하고 조사에 응하기로 했다. 그런데 조사요원이 나 같은 사람은 처음이란다. 내가 처음인가? 나도 이렇게 세상을 의심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어쩌랴?

인구조사가 필요하면 난 충분히 응할 자세였다. 하지만, 국가가 전반적인 통계를 낼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도 그걸 '나'라는 존재와 결부해 정보를 알아내려고 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은가? 국가정책상 꼭 필요한 통계라면 사전에 통계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다 강구해 본 뒤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인데, 이번 조사 내용엔 전혀 그런 노력이 드러나지 않았다. 겨우 조사요원의 흥분을 가라앉힌 뒤, 우편으로 보낼 테니 다시 방문하지 말라고 이야기해 두었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 12시15분, 잘 준비를 하고 있는데 계속 초인종이 울린다. 인구조사요원이다. "알아서 할 테니 제발 가주세요"라는 말로 겨우 돌려보냈는데, 사건은 그 다음날 발생했다. 밤 11시20분, 핸드폰이 울려 받아보니 조사요원이 대뜸 왜 조사내용을 동사무소에 갖다놓지 않았느냐, 아가씨같은 사람은 처음이다, 무슨 죄를 졌냐, 도망 다니느냐, 왜 그렇게 사느냐는 등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를 계속 하는 것이다.

조사에 응하지 않아 과태료를 내더라도 내가 내는 것인데, 조사에 응하지 않는다고 지명수배자로 몰아세우는 것이 불쾌했을 뿐 아니라 내 핸드폰 번호를 알았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핸드폰 번호를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 동사무소 직원이 알려줬다는 것이다. 분명히 전기통신사업법 제34조의 5 제1항에서 전기통신사업자는 개별 이용자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여 정보를 공개, 사용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인구주택총조사 설문지 표지에서 '조사된 모든 내용은 비밀로서 엄격히 보호됩니다'라고 이야기한 통계청이 이렇게 개인 정보를 불법으로 빼내어 이용하고 있으니 통계청의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개인정보를 지키려는 자가 범죄인으로 오해받는 현실이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