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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갈수록 불안한 '핵'과의 동거

전남 영광 주민들, 생존 위협 가중


핵발전소가 위치한 전남 영광군 주민들이 느끼는 생존의 위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핵발전소가 설치된 지 20여 년이 지난 영광은 핵발전소에서 뿜어내는 온수로 인해 연안어장의 고갈이 가속화되고 농업마저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지역 주민 김영복(어업, 40)씨는 "해풍에다 말려야 하는 굴비는 발전소 때문에 아예 생산이 중단된 상태며, 고추나 배추 같은 농산물도 계약파기가 잦아 판매가 어렵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심지어 발전소 직원의 가족들마저 광주까지 나가 식료품을 사오는 실정이다. 김 씨는 또 "발전소 추가 건설작업에 사람들이 동원돼 농사나 어업에서는 항상 일손이 부족한 상태"라며 "당국은 이런 문제들을 보상금만으로 해결하려고 해 주민들 사이에서도 노력해서 열심히 살겠다는 의지가 사라진 지 오래며 빚만 늘고 있다"고 개탄했다.

또한 핵발전소가 위치한 이 지역 주민들의 암사망률은 다른 지역보다 평균 3배에서 5배나 높게 나타나고 있어 주민들은 "다른 지역 사람들이 영광 사람들과는 혼사조차도 기피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전소 인근 어민들 2천여 명은 지난 1월 26일 서울에 올라와 정부를 상대로 피해를 호소하는 대규모 집회를 갖기도 했다.


4년새 사고만 10여 차례

무엇보다도 영광핵발전소의 잦은 사고가 주민들의 불안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 7일 원자로 고장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됐던 제4기 발전소가 재가동 5시간만에 또 다시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관계당국은 안이한 대응과 변명으로 일관해 주민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7일 사고 직후 과학기술부와 한국전력은 "발전소 안팎의 방사선 피폭은 없었으며, 사고·고장 등급 중 가장 낮은 단계인 0등급"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96년 발전을 시작한 이래 벌써 10여 차례나 사고를 내고 있는 제4기 발전소에 대해 주민들은 쉽사리 불안을 떨칠 수가 없다. 게다가 이번 사고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점들이 지적돼 정부가 종합안전점검을 실시한 뒤 불과 3개월만에 발생한 것이다.

영광핵발전소추방대책위 하선종 사무국장은 "이번 사고도 민간감시기구에서 발전중단 사실을 발견한 것"이라며 "핵발전소에 관련된 모든 업무가 비밀에 쌓여있어, 방사능이 누출돼 지역을 봉쇄하기 전까지 아무도 그 사실을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영광지역 주민들의 또 한가지 불만은 "핵발전소 사고문제를 영광지역만의 문제로 치부하는 국민들"이다. 주민들은 "방사능유출은 광주나 서울같은 대도시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보다 많은 사회의 관심과 대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