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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저무는 99년, 사건과 사람 ⑥ “예술의 전당 앞에 횡단보도가 생겼어요”


최근 예술의 전당 앞에는 횡단보도가 설치됐다. 이는 지난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이 벌였던 횡단보도 설치 서명운동의 성과를 확인케 하는 대목이지만 횡단보도의 설치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예술의 전당 같은 경우 박성현(32, 뇌성마비) 씨 등 장애인들이 직접 서명작업에 나섰으며 1만 7천명에 이르는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서울시와 경찰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여준민 간사는 “9월 초 서울시는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횡단보도를 설치하겠다는 공식문건을 보내왔고 11월이 돼 신호등 공사가 이뤄졌다. 그러나 신호등 설치 후 한 달이 지나도록 횡단보도는 만들어지지 않아 또 다시 구청에 민원을 제기해야 했다”며 그 동안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98년 녹색교통운동은 서울시내에 횡단보도 없이 지하도와 육교가 설치돼 장애인과 노약자들의 보행이 불편한 21곳을 정하고 장애우연구소와 함께 보행권 확보 운동을 벌였다. 현재 21곳 중 신촌과 광화문사거리 등 6개 지역에 횡단보도가 설치됐지만, 나머지 15곳은 교통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설치가 불허됐다. 또한 광화문네거리 등에 설치된 횡단보도는 필요한 장소에 설치되지 않아 지금도 지하보도를 이용해야만 보행이 가능하다.

여 간사는 “작은 턱에도 무게중심을 잃기 쉬운 장애인에게 보행권은 생존권이며 생명권”이라며 “또한 차 중심으로 계획된 거리와 좁은 인도는 일반인에게도 거리 위에서 열릴 수 있는 토론과 문화행사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은 서울시내 종로5가, 영등포로타리 등 14개 장소에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하는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7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보행권 회복을 위한 전국네트워크’가 지금까지 서울을 중심으로 했던 보행권 확보운동을 지방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보행권 확보를 위한 싸움은 내년에도 꾸준히 진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