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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자의 눈> 반미는 무조건 안된다?

미군범죄희생자 추모제 한때 무산위기


28일 오후 7시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는 '99주한미군범죄희생자 추모제'가 열릴 예정이었다. 행사를 주최한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대표 문대골) 실무자들은 행사준비를 위해 오전 10시경 행사장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학교 관계자가 "반미집회가 있다는 경찰의 제보가 있었다"며 장소 제공에 난색을 표했다. 학교로부터 사전에 행사 허가를 받았던 주최측으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잠시 학교측과 주최측 사이의 실랑이가 벌어진 끝에, 결국 행사는 예정대로 준비될 수 있었다.

잠깐의 해프닝으로 끝난 일이긴 하나 이날 사태는 당국의 구태의연한 발상과 대응을 여지없이 보여줬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게 만든다. 왜 '반미집회'는 안된다는 것일까?

지난 9월 동두천 이정숙 씨 사망사건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2천건 이상의 미군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진실로 확인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말의 사과발언도 없는 미국을 상대로 규탄집회를 갖는 것조차 봉쇄해야만 하는 것일까? 당국은 50년쯤 뒤 또 한번의 외신폭로를 기다리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