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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정원 약물수사 의혹

하영옥 씨 “박카스 먹고 이상증세” 주장

소위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된 하영옥 씨가 국가정보원에서 수사를 받던 도중 약물을 섞은 음료수를 제공받은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 씨는 또 고문의 일종인 밤샘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 씨는 지난 4일 이정택 변호사와 접견하던 중 “처음엔 조직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사 시작 후 5-6일쯤 지난 뒤, 수사관들이 준 박카스를 마시고 나자 기분이 고양되고 배가 좀 아팠고 그후 자백하게 됐다”며 “박카스에 무슨 약을 넣지 않았나 추측한다”고 말했다.

하 씨는 15일 강금실 변호사와의 접견에서도 “배가 아프다고 말하기도 전에 수사관이 먼저 ‘배가 아프지 않냐?’고 물어 와 더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약물투여 사실을 입증할 증거는 없으며, 강 변호사도 “하 씨가 밤샘수사를 받은 뒤 박카스를 복용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과거 안기부 시절에도 피의자에게 약물을 투여해 자백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92년 사노맹 사건으로 구속된 백태웅 씨는 1심 공판 당시 “가장 견디기 힘든 고문은 약물투여다. 밥을 먹고 나면 잠시 후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마비증세가 오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현상을 여러 차례 경험해서 중요수사가 있을 때에는 아예 밥을 먹지 않았다”고 법정진술하기도 했다.

같은 사건으로 구속됐던 정명섭 씨도 음식물에 약물을 넣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백 씨 등이 주장이 ‘의혹’에 그치고 말았듯이, 하 씨의 주장도 영원한 의혹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