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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당신을 땅에 묻고』


김수룡/ 1997년

출소 장기수 김수룡 씨가 손수 제작한 시집이 김 씨의 손에 들려 직접 배급되고 있다. 20여 년간 옥살이의 간난신고를 담은 51편의 시가 지인들의 격려와 도움을 받아 『당신을 땅에 묻고』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뒤 세상과 만나고 있는 것. 김 씨는 53년 북한 정치공작원으로 체포되어 긴 세월 옥고를 치렀다. “남편 오랜 옥살이에/일편단심 민들레를/노래 삼아 벗삼아서/독수공방 홀로 지새”(‘당신을 땅에 묻고’)운 아내를 92년 사별한 김 씨는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고 시를 짓기 시작했다.

시집에는 가족사, 감옥생활, 혁명에 대한 신념 등이 ‘아내에 대한 정’과 동량으로 다루어져 있다. 쉽게 또박또박 써 내려간 김 씨의 시를 통해 현대사의 아픈 기억들도 되살아난다. 김 씨는 아버지가 “평화운동 통일운동 하느라고/집에 머무르는 일”(‘아버지의 참모습’) 없어 편모 슬하에서 크지만 사이클 선수로서 “아시아 정복이 발 밑 페달 위에”(‘좌익수와 아들’) 있었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김포공항에서 “난데없이 한 신사가 다가와서/ 이름을 묻고는 “출전금지”/일동은 경악 항의 요구 애원한다/헛수고/좌익수의 아들은 출국할 수”(위의 시) 없었던 것이다. (연락처 0342-711-4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