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노숙자대책 여전히 주먹구구

‘자유의 집’ 9백명 몰려…서울시는 수용 급급

자정 가까운 시간, 서울역광장엔 노숙자들에게 ‘자유의 집’에 갈 것을 권유하는 구청직원과 경찰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자유의 집’은 음주가 허용되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가 많은 여느 수용시설들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자유의 집’ 또한 시의 졸속행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1월 4일부터 대대적으로 시작된 노숙자 단속 이후 ‘자유의 집’에는 9백여 명의 노숙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당초 예상의 두 배를 윗도는 숫자였다. 서울역 주변의 쪽방과 만화방에서 기거하던 이들을 고려하지 않은 탓이었다. 따라서 17명의 실무자로는 9백여 명을 감당하기가 벅찬데다, 생필품 지급마저 늦어져 일부 노숙자들이 불만을 토하고 있다고 ‘자유의 집’ 한 관계자는 말한다. 자활을 돕는다든지, 알콜중독자들에 대한 치료 프로그램의 시행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노숙자 다시서기 지원센터’의 김영술 실장은 “시설과 실무자를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의 반응은 느긋하기만 하다. 서울시 사회과 백무경 노숙자 대책팀장은 “원래부터 8백여명 정도를 예상하고 준비했다”며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실무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에도 노숙자들 안에서 자연스레 자원봉사자들이 생길 거라고 백 팀장은 낙관했다.

이같은 시각 차는 일단 이번 겨울만 넘기고 보자는 서울시의 근시안적 태도로부터 비롯된다. 이에 대해 사회복지 관계자들은 “서울시의 경우, 노숙자들 중 동사자가 발생할 때 빗발칠 비난을 면하기 위해 우선 수용시설에 넣는 데 급급하다”고 비판한다.

김영술 실장은 “올해도 노숙자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이제는 차분히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노숙자들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자활과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또, 노숙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