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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자수첩> 영파여중 파문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


최근 피시통신에선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라는 단편영화와 관련된 토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는 “문제아로 낙인찍힌 학생들과 청소년 폭력 문제를 사실적인 영상과 언어로 그렸다”는 호평을 받고, 지난 9월 청소년 영상페스티벌(KBS, 청소년보호위원회 주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는 영화다. 그런데 최근 영화를 제작한 학생들을 학교가 탄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통신상에서 이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한창인 것이다.

사건의 전개과정은 이렇다. 영파여중 방송반 학생들은 지난 8월 20일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저녁 8시경 귀가했다. 그런데 학생들은 다음날 교무실로 불려가 느닷없이 경위서 작성을 요구받게 된다. “학생들이 밤 11시에야 나갔으며, 학교에 불이 날 뻔했다”는 수위 아저씨의 ‘허위 보고’와 소품으로 쓰였던 맥주캔과 담배를 근거로 교장과 교감이 “누가 담배를 피웠냐?” “누가 시켰냐?”며 학생들에게 없는 잘못을 반성하도록 했던 것이다. 며칠 후, 수위 아저씨의 보고가 허위임이 밝혀지자, 이번엔 영화의 제작을 위한 방송반 캠프활동과 영화 시나리오가 도마에 올랐다. 학교측은 이른바 ‘문제아들’을 연기자로 출연시킨 것도 잘못이라고 몰아갔고, 연기를 했던 학생의 학부모들에게까지 찾아가 “말 안 들으면 안양교도소에 보내겠다”고 협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기를 했던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방송반 애들에게 이용당한 거야”라며 방송반 학생들과 연기자 학생들 사이를 이간질시키는 비교육적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학교당국의 행태에 교사들이 반발하며, △학생들의 정신적 충격에 대한 사과 △특별활동 보장 △학교의 민주적 운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고, 교장이 이제까지의 일을 없던 일로 하자고 제의한 것을 교사들이 받아들이며 사건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 일로 홍역을 앓았던 영파여중 방송반 담당교사 김종현 선생님에겐 최근 통신상에서 벌어지는 뒤늦은 성토가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고 한다. 미진하게나마 사건이 마무리될 무렵, 지난 한달여 간의 기억들을 다시 들춰내야 하는 것이 너무 가슴아프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희생자인 학생들에게도 아픔은 마찬가지다.

영파여중의 교사와 학생들은 교사의 의견에 귀기울이지 않고, 학생들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한 교육의 현실이 변하기만을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