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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경·검 이래도 되나

대학생 상대, ‘범죄자 만들기’ 혈안

경찰은 폭행과 협박으로, 검찰은 ‘준법서약’을 요구하며, 무고함을 주장하는 한 대학생을 강압수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대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이 아무개 씨는 지난 6월 경희의료원을 다녀오다 연행된 이후, “집회에 참석했다”는 자백을 강요받으며, 그 과정에서 폭행과 협박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 씨가 경찰에 연행된 것은 6월 13일 오후 5시25분경. 당시 이 씨는 경희의료원 앞에서 버스를 타고 가던 중 불심검문을 받고 연행됐다고 한다. 이후 종암경찰서로 이송돼 수사2계에서 조사를 받은 이 씨는 집회에 참석했다고 진술할 것을 강요받으며, 형사로부터 구타와 협박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 씨에 따르면, 수사중이던 형사는 손바닥으로 이 씨의 왼쪽 얼굴을 여러차례 가격한 데 이어, 안경을 벗게 하고 다시 얼굴을 가격했으며, 심지어 바닥에 엎드리게 하고 배를 때리고, 우산으로 머리를 때렸다고 한다. 이어 형사는 “자백하지 않을 경우, 지하실로 끌고가 때리겠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이 씨는 주장했다.

겁이 난 이 씨는 “경희대학교에 들어갔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썼다가 2차 진술에서 이를 번복했으나 불구속 입건돼, 지난 29일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게 됐다. 이 씨는 검찰조사에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것을 계속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서울지검 북부지청 307호실(김주원 검사)에서 조사를 받은 이 씨는 “있는 사실대로 자술서를 작성했지만, 검사가 ‘반성하는 게 아니다’는 이유로 다시 자술서를 쓰도록 했고, 조사를 담당한 홍 계장은 ‘경찰의 폭력에 대한 부분을 삭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씨가 계속 검찰의 요구에 불응하자 홍 계장은 “다시는 불법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서약이라도 하라고 요구했으나, 이 씨는 “집회에 참석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쓸 이유가 없다”며 서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결국 검찰은 이 씨로부터 ‘원하던’ 진술서를 받아내지 못한 채 “재소환해 조사하겠다”는 은근한 압력과 함께 이 씨를 돌려보냈다.

한편 홍 계장은 “왜 준법서약을 강요하느냐”는 문의에 대해 “한총련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에겐 준법서약을 받고 있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