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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특별기고> 다자간투자협정(MAI)과 자본의 세계화


오늘날 세계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자유화의 경향'이 점차 법적 강제력을 획득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관련 협정은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이다.

그 실례는 수다한 쌍무간 투자협정과 몇몇 자유무역협정내의 투자관련 조항들에서 쉽게 발견된다. 90년대 이후 각 나라들 사이에서 체결되었던 투자협정은, 거의 대부분이 투자를 촉진하거나 투자에 대한 통제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WTO(세계무역기구)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는 이미 그 내부에 투자협정을 포함하고 있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 내에서는 투자원칙을 보다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이 존재하며, NAFTA는 남아메리카지역을 포괄하는 FTAA(미주자유무역지대)로의 확대 계획에 이미 들어섰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다자간 투자협정(MAI)을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투자협정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세계 경제환경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 70년대 후반까지는 선진국과 제3세계 모두에서 해외직접투자에 대한 수많은 조건과 통제가 존재했었다. 해외투자는 국가의 법률과 정책에 의해 통제되었고, 해외기업은 반드시 투자대상국의 고용창출과 기술발전에 일정한 기여를 하도록 하는 조건을 준수해야만 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이제 '신자유주의적' 경향의 전세계적 확장과 국제적 차원에서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국제기구·협약들에 의해 완전히 변화하고 있다.

해외 투자가들은 이 변화를 통해 철저하게 보호받게 된다. '보호'를 위해서 투자유치국 정부들의 기존 법률과 정책은 수정되거나 혹은 폐기되어야 한다. MAI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강력하게 반영하고 있는 새로운 국제 협약인 것이다.

협상중에 있는 MAI의 대표적 조항과 예상되는 효과를 살펴보자.


무제한적인 투자의 자유

첫째, MAI는 투자자(기업)와 '계약당사자(정부)'가 MAI내에서 동일하게 정의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를 통해 초국적 기업은 국민국가와 '동등한' 정치적 권리를 지니게 된다. 이는 MAI가 제안하는 투자자-국가간 분쟁 해결절차에서 잘 드러난다. 투자자나 그의 투자에 대해 손실을 입히는, MAI 조항의 어떠한 위반에 대해서도 기업은 정부를 직접 제소할 수 있는 권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로써 기업은 국민국가의 권력을 뛰어넘는 새로운 권력체로의 등장을 완료한다.

둘째, MAI는 '투자'의 개념을 대단히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 '투자자에 의해 소유되거나 통제되는 모든 종류의 자산'이 MAI가 제안하는 투자의 정의이다. 이 개념안에 '투기적 자본'이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다.

셋째, '내국민 대우'와 '최혜국' 조항은 정부가 자국 기업과 똑같은 대우를 초국적 기업에게 보장해줄 것을 요구한다. 공기업의 경영은 많은 제약을 받을 것이다. 재화와 용역의 판매, 구매는 '차별없이' 이루어져야 하며 '경쟁에 반하는' 행위는 금지되기 때문이다. 지역공동체에 값싼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력발전, 상수도, 철도, 전화 사업등은 이러한 이유로 금지될 수 있다. 공기업민영화 과정에서도 해외기업에게 입찰이 허용되어야 한다. 아울러 정부가 해외 기업에게 투자에 대한 이행요구- 고용내역, 수출입쿼터, 기술이전, 현지구매 등 -를 내거는 것은 금지된다.

넷째, 어떤 정부도 기업이 수익을 자유롭게 회수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 '투자자는 소유권을 빼앗긴 자신의 투자에 대해 배상받을 수 있는 절대적 보장책을 제공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기업이 자국에서 벌어들인 수익 전부를 해외로 뺏어 가는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게 될 상황을 보여준다.

다섯째, MAI는 '점진적 철폐(rollback clauses)' 조항과 '현상유지(standstill)'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점진적 철폐' 조항에 따라서, MAI의 원칙과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개별국가의 법률은 축소되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폐기되어야 한다. '현상유지' 조항에 의해, 앞으로는 어떤 개별국가도 협정에 부합하지 않는 새로운 법률, 정책, 계획등을 도입하지 못하게 된다.

여섯째, '탈퇴' 조항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효력발휘 후 5년까지는 어떤 나라도 MAI로부터 탈퇴하지 못한다. 또한 만약 5년후 탈퇴한다고 하더라도, 정부는 그 나라에서 행해지고 있는 투자를 15년 동안 더 보호해야 한다.


민중 권리의 강탈

MAI하에서, 국가는 더 이상 투자정책을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목적을 위해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MAI가 타결된다면 전세계 민중들은 시민으로서의 근본적 권리들과 지구의 생태적 권리들을- 이미 잃을대로 잃어버린 권리지만 -조금도 남김없이 초국적 자본들에게 강탈당할 것이다. 국가는 오로지 '초국적 자본의 권리와 자유'를 위해 일할 것이다.

초국적 자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신자유주의적' 국제기구·협약들에 대한 반대와 경쟁체제의 통제를 위한 노동자 민중들의 저항과 반격이 필요한 때이다.


이창근(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