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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만화가들과 함께 그리는 양심수 석방 캠페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한 만화가와 양심수, 무엇이 다른가”


이두호, 김수정, 이희재, 백성민, 이상무, 박재동, 주완수, 배금택, 허영만……

이름만 들어도 만화주인공이 떠오르는, 우리에게 너무도 친근한 만화가들이 대거 명동성당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8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97 양심수 석방을 위한 캠페인’은 만화가들과 양심수 자녀들, 시민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 작년과 다를 바 없는 프로그램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만화가들의 참가가 눈에 띄었다. 7월말부터 벌어진 스포츠신문 연재작가의 소환, 만화가 이현세 씨 소환, 청소년보호위원회의 검열강화 등 청소년보호법을 빌미로한 당국의 탄압에 맞서 만화가들이 표현의 자유 쟁취를 위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행사장 입구 주변에는 만화가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만화표현의 자유를 위한 범국민 서명작업을 받고 있고, 또다른 한쪽에서는 만화가 사인회를 여는 것을 비롯해, 양심수 자녀들과 함께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 그림 그리기가 한창이다.

또한 만화가 이두호․원수연․장태산 씨가 양심수의 고난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진행되는 ‘하루감옥 체험’에 참가하고 있어 지나가는 여중생들과 시민의 눈길을 끌었다. 최근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과 함께 ‘앞으로 청소년에게 유해한 만화를 그리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요구받는 등 수난 끝에 절필선언을 한 이두호(55) 씨는 감옥체험 소감대신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하는 것과 양심수와 무엇이 다른가”고 반문했다.


전경들만 북쩍북쩍

보랏빛 수건과 보랏빛 풍선이 하나가득 수놓은 행사장 주변은 만화가들과 3, 40명의 꼬마아이들 외에는 전경들만이 북적거릴 뿐이었다. 숨막히는 뙤약볕에 민가협 어머니들과 행사진행자들이 땀방울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이 이렇게 한산한 것은 성당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전경들이 진을 지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이들은 무조건 신분증 제시요구와 함께 이름을 적고, 돌려보내기 때문이다. 한총련 소속 학생들이 집회를 할지도 모른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이러한 불심검문에 민가협 등이 거세게 항의하는 틈을 타 가까스로 행사장에 들어온 서울여대 학보사 기사는 “한총련 핵심지도부 검거를 명목으로 불심검문을 하고 있지만, 진짜 이유는 이런 민주화운동 자체를 없애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