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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도심 속에 갇힌 장애인 접근권

장애인들 몸소 편의시설 실태조사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은 생명”이라는 말처럼 현재 시내 곳곳에 설치된 편의시설은 장애인들의 이동을 얼마나 자유롭게 보장하는가.

이와 관련해 장애인들이 직접 편의시설 실태와 대안을 모색해 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작년 12월 발족한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모임’(대표 이계준, 편의시설촉진모임)이 4월 장애인 주간 행사로 14-19일까지 1주 동안 공공기관 편의시설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더 넓고 더 가까운 세상 만들기”라는 제목아래 지난 월요일부터 진행된 실태조사작업에는 매일 장애인과 자원봉사자 20여 명씩 참석했다. 이들은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 대표적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대강당, 대학로 패스트푸드점, 경복궁 등을 방문했고, 18일은 명동에 있는 은행에 들러 은행업무를 본다. 또 마지막날에는 시청방문 일정이 잡혀있는데, 시청민원실을 방문해 1주일간 벌여온 편의시설 조사 결과 보고서를 전달하고 편의시설의 설치를 촉구할 예정이다. 물론 그들이 방문했던 공공시설측에도 건의서를 보낸다.


철의 장막 ‘교보문고’

이번 행사를 이끌어온 전정옥(36․사무국장) 씨는 “영풍문고나 교보문고 안에서는 장애인들이 이동하는데 전혀 장애를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밖에서 서점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장애인들은 철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는 것과 같다. 책 한 권을 사려면 장애인들은 몸살을 앓는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제일 큰 공연장이라는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의 음악회 관람도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세종문화회관에 설치된 경사로를 내려가다간 급경사 때문에 굴러 떨어져 죽을 것”이라며 “화장실에 가자면 무려 계단을 7개나 거쳐야 했다”고 전 사무국장은 덧붙였다.


한 번 더 장애인의 입장에서

장애인편의시설촉진모임은 이후에도 편의시설 실태조사를 지속적으로 벌일 계획이며, 이밖에 청각장애인들의 접근권 보장을 위한 한국영화 자막삽입 캠페인, 세계 편의시설 비교사진전을 비롯해 장기적으로 서울시 편의시설지도․장애인 해외여행 안내서 발행 등을 계획하고 있다.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해 지난 3월 17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 법은 사회적 이동약자가 일상생활을 하는데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 및 설비를 이용하고 정보․통신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을 제정 목적으로 하고 있다. 내년 4월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 마련에 들어간 상태인데, 이 법안이 탁상공론에 머물지 않으려면 장애인등 이동약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장애인들의 당연한 요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