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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뒤로 넘어지더니 이마 함몰됐다”

신갈 노점상 뇌사사건 의혹 투성

2일 새벽 경기도 용인 신갈파출소에서 발생한 ‘민병일(40·노점상) 씨 뇌사사건’에 대한 경찰측 주장에 상당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설명하는 당시의 정황은 “민 씨가 새벽에 술에 취해 파출소를 찾아왔으며, 소속 의경이 민 씨를 밖으로 밀치자, 뒤로 넘어진 민 씨가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뒤로 넘어진 민 씨가 어떻게 앞이마가 함몰되는 중상을 입었는가”하는 점인데, 민 씨가 1차 수술을 받은 병원의 진료기록과 담당 의사의 소견은 경찰측 주장에 대한 의혹을 상당부분 뒷받침하고 있다.


“앞이마에 상당한 충격”

민 씨를 1차 수술한 남수원 병원의 X-레이 및 CT 촬영 기록과 담당 의사에 의하면, “민 씨의 정수리 좌측 부위의 두개골이 8-10cm가량 함몰되었으며, 뇌막하혈종(두개골 내부에 피가 고임)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담당 의사는 “민 씨가 머리를 무언가에 맞은 것 같다”는 진술을 했으며, 특히 뇌막하혈종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큰 충격이 가해져야 한다는 의학적 통설로 미루어 단순히 뒤로 넘어져서 발생한 부상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진상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칠준 변호사는 “적어도 뒤로 넘어져서 발생한 부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민 씨의 2차 수술을 담당한 아주대 병원측은 다소 애매한 진술을 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칠준 변호사에 따르면, 4일 병원 담당 의사는 “수박을 떨어뜨렸을 때 윗부분이 깨질 수 있듯이, 사람이 뒤로 넘어져도 앞이마가 깨질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도 “앞이마가 둔기에 맞아서 골절됐을 가능성”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피해자 주변인들은 “민 씨가 2일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됐을 때, 담당의사는 ‘머리를 맞은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며 “이는 민 씨의 부상이 넘어져 발생한 것이 아님을 뒷받침하는 진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아주대병원측이 경찰측과 상호교감을 맺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새벽 민 씨 행적 의문

또 한가지 이번 사건의 초점은 당일 새벽 민 씨의 행적과 관련한 부분이다. 경찰은 민 씨가 새벽 4시에 파출소를 찾아왔다가 돌아간 뒤, 6시경에 다시 찾아왔다고 밝혔다.

그 시간 동안 민 씨의 행적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4시에서 6시 사이에 이미 민 씨가 두개골 부상을 입고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민 씨가 파출소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둔기로 맞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머리밖 출혈 시엔 72시간 가량 활동이 가능하지만, 머리 내부출혈(뇌막하혈종)이 생기는 충격을 입고 활동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의학계의 통설이다.


몸에 구타 흔적 보여

한편, 남수원병원 진료 과정에서 민 씨에게선 구타의 흔적으로 보이는 멍자국과 여러 상흔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의경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외엔 일체의 사실을 외부로 알리지 않고 있다. 이상의 여러 의혹에 대한 합당한 설명이 없다면, 경찰은 또 한번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87년의 변명을 되풀이한다는 의혹을 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일 밤 현재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과 약물투여로 연명하고 있는 민병일 씨는 소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