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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자료>유인순씨 사건 판결문 요약

즉심피의자 구금은 불법

<편집자주> 지난 21일 즉심피의자를 경찰서안 대기실에 구금하는 것은 불법이므로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유인순 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해 서울지법은 소송 제기 3년여만에 5백만원 배상판결을 내렸다.


이유

가. 원고는 1993. 7. 2615:40경 노원구 상계동 소재 당현대교 앞 사거리에서 당시 그 곳을 운행하고 있던 한성여객 버스운전자가 원고가 운전하는 승용차의 진로를 가로막는 등 난폭한 운전을 하므로 항의하였으나 버스운전자는 오히려 원고에게 욕을 하는 등 모욕을 주었다.

나. 원고는 그 즉시 이를 항의하기 위해 위 버스회사를 찾아갔는데 운전자대기실에서 배차담당직원에게 위 시내버스 운전자와의 면담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마침 그 곳에 있던 위 버스회사의 운전기사인 김기정으로부터 여러 운전기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심한 욕설을 들었
다.

다. 같은 날 16:20경 노원경찰서 하계파출소에 찾아가 원고에게 위와 같이 심한 욕설을 한 위 김기정을 조사하여 처벌해 달라고 신고하였다.

라.마.바.(중략).

사. 순경 김주철은 같은 날 21:00경 위 김기정이 나타나자 원고 및 위 김기정에게 진술서를 작성하게 한 후 별다른 이유의 설명도 없이 원고에게 금 2만5천원의 범칙금통고서를 교부하고 원고로부터 자신이 피해자라는 이유로 범칙금의 납부를 거절당하자 원고에 대한 즉결심판청구서를 작성하고 그 내용의 구체적인 고지나 서명날인도 하지않은 채 같은 날 22:00경 원고와 김기정을 노원경찰서로 연행하였다.

아. 김주철은 자신이 즉결심판에 회부되어야 하는 이유를 따지고 드는 원고를 잡고 강제로 그 곳 보호실로 밀어 넣어 감금하려고 하였지만 원고의 완강한 반항으로 중도에서 일단 포기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원고의 팔이 보호실 창살에 부딪히는 등으로 타박상을 입고 원고가 입고 있던 스커트 단추가 떨어졌으며, 원고는 결국 보호실에 유치되었다.

자.(중략)

2. 판단

위 김주철은 원고를 즉결심판에 회부하려면 원고에게 그 이유 또는 법을 위반한 내용을 고지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아니하였고, 즉결심판의 피고인인 원고는 법원에 불출석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원고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4조 소정의 보호조치의 대상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그 의사에 반하여 원고를 경찰서 즉결심판대기자실에 유치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김주철은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그 다음날 즉결심판을 받을 때까지 약 10시간 동안 원고를 즉결심판자 대기실에 사실상 감금시켰다 할 것이니 위 불법감금으로 말미암아 원고가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분명하므로 피고는 그 소속 경찰공무원의 위와 같은 직무수행상의 불법행위로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금전으로 위자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중략)

1996.6.21.
판사 박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