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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함께걸음 통합교육 한마당 스케치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준석이는 정신지체아들이 다니는 정진학교 4학년 학생이다. 누군가 잡아 주지 않으면 걷기 힘들 정도의 중증장애를 갖고 있어 항상 엄마와 다녀야 한다. 그런 준석이가 엄마가 아닌 친구들과 동물원에 왔다. 오래간만에 외출을 한 준석에게는 모든 것이 흥미롭다. 엄마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준석이에게 오늘 만난 친구들은 매우 특별하다. 가끔 동네 골목길에서 마주친 아이들은 준석이의 뒤틀린 몸과 얼굴을 보고 놀리거나 피했는데 이 친구들은 다르다. 동물원도 같이 가고 밥도 같이 먹고, 그림도 함께 그리는 정말 친구다. 동물원 구석구석을 누비며 이사람 저사람 툭툭 건드려 보다가도, 옆친구의 손을 꼭 잡아보는 준석이에게 오늘은 최고의 날인 것 같다.

12일 과천 서울대공원에서는 장애아동과 일반아동 2백10명이 참여한 ‘함께걸음 통합교육 한마당’이 열렸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주최로 서울방일국민학교와 정진학교 학생이 참가해 3인 1조로 동물원 견학을 함께 하는 것이다.

지난 4월에 열린 ‘어깨동무 놀이 한마당’에 이어 두번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현장학습을 통한 통합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의 장애아동 분리교육보다는 통합교육이 바람직하며, 이 접근을 위한 한 방편으로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공주사대 특수교육학과 김삼섭 교수는 통합교육을 위해 장애아동과 일반아동이 함께 하는 기회를 점차 늘려가는 방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통합과정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님을 이날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우락부락한 얼굴에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장애아동을 보고 무서워 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낮선 얼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엄마를 찾는 아이도 있었다. 정말 ‘저래서 동물원 구경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아동을 따라온 부모들도 일반아동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더 큰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처음에 서먹해 하던 것도 잠깐. 동물원 구경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가을하늘처럼 맑아져 서로 챙겨주며 꼭 붙어 다니는 것이다. 같이 다니는 동안 장애를 가진 친구도 자신과 같이 웃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무서움이나 이상함도 금방 사라져 버린 모양이다.

장애아동들도 더이상 엄마나 선생님을 찾으며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아이들에게는 짧은 경험이었지만 이다음에 어른이 되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덜 하지 않을까. 적어도 장애인들이 자신과 아주 다른 세계의 사람이 아님은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장애아동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소외받는 모든 이들을 위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이번 행사를 통해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