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최인석 판사의 영장 기각 사유전문

『한국사회의 이해』관련


1. 이 사건 강의교재의 내용에 급진 좌경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그 내용이 우리의 눈에 거슬리는 부분도 있는 것은 사실이나,

가. 그 내용이 시중 서점에서 유통되는 진보적 사회과학저작이나 간행물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들로 우리 사회의 사상적 건강상태가 그 정도의 내용을 소화해내지 못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보며,

나. 피의자들은, 자신들은 자본주의사회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 방법론으로서 마르크스주의를 택하고 있을 뿐이지, 자신들의 사상이 마르크스주의적인 것은 아니며, 자신들은 북한의 체제 및 사회에 대하여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며, 특히 주체사상에 대하여는, 그들이 남한을 ‘식민지반자본주의’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우리 나라가 독점적 주권을 갖고 있는 것과 한국에서의 고도자본주의 발전을 외면하는 시대착오적인 이론이며, 수령론, 후계자론 등도 독재 및 혈통세습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시대착오적인 이론이라는 비판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변명하고 있고, 그 변명과 비판내용의 깊이의 정연함이 임시로 곤경을 면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기에는 쉽지 않으며,

2. 피의자들이 강의시간외에 별도로 소위 주사파 등 운동권학생들을 지도하거나 접속, 교류한 사실이 있다는 자료를 찾아볼 수 없으며, 이를 강의교재로 한 강좌는 이미 폐강된 점, 학문의 자유 또한 법이 보호하여야 할 중요한 국민의 기본권인 점등에 비추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이 건과 같은 경우, 강의과목이나 교재의 선택과 그 내용에 관한 것은 국가공권력의 개입보다는 대학자신의 자율적 조절기능에 맡기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고 생각되며,

3. 피의자들을 비롯한 집필교수들이 처음에는 소환에 응하지 아니하였으나 결국 자진해서 구인에 응하거나 자진하여 출석, 진술하였으므로 도주의 우려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4. 피의자들이 집필대표인 점 외에는 이 건 강의 교재 중 피의자들의 집필부분에 대한 진보성의 정도가 다른 교수들의 집필부분에 비하여 두드러진 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불구속처리하기로 한 나머지 교수들과 신병처리를 달리하여야 할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어,

결국 구속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구속영장의 청구를 기각한다.

1994. 8. 31. 판사 최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