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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인 인터뷰

미래에서 온 과거에 집착하는 스탠딩 코미디언

진희 님을 만났어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연기에 재주가 있고 활동에서 유머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주는 재능이 조금 있어요. 꽃을 좋아해요.(꽃향기를 맡는 것을 굉장히 좋아고요) 장애여성공감(이하 장공감)에서 활동하면서 올해 인권운동사랑방 회원이 된 이진희라고 합니다.

 

장애여성공감에서 활동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처음에 노들장애인야간학교에서 활동하다가 2001년 장공감에서 하는 캠프를 참여했어요. 장애여성하고 비장애 여성하고 같이하는 캠프였어요. 그곳에서 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좀 충격적이면서 인상적인 경험이었어요. 그때부터 몸에 대한 얘기나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장공감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마음을 키우다가 2002년부터 활동하게 됐죠. 장공감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춤추는 허리(이하 춤허리)라는 극단활동도 담당하게 됐어요. 문화예술운동 이런 것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죠.

 

장애여성공감 활동을 키워드로 뽑아본다면?

공식적 키워드는 교차성, 장애와 페미니즘, 연대, 의존, 탈시설이 있습니다. 저희 내부에서 (저주받은 세라피)라고 이제 많이 하는 이야기인데요. 모순적인 감정들인데 공감을 해서 같이 뽑은 키워드입니다. 운동에서도 자기 모습이나 상대방의 모습을 직면하는게 중요한데 그것도 괴롭잖아요. 그런데 또 하고 나면 또 서로한테 도움이 되니까. 저희는 그걸 저주받는 세라피라고 해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도 비공식적인 안무가(율동가)였잖아요? 춤추는 허리 활동과도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율동과 연극에 원래 관심이 있었나요?

늘 있죠.(웃음) 활동가들의 몸이 모여서 여러 활동을 엮어내는데, 그때 같이 몸을 쓰는 다양한 방식들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발언이나 이런 것도 결국 다 몸을 쓰는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모두가 다 발언할 필요는 없고, 모두가 다 발언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같이 율동하는 것은 몸으로 한순간 다같이 표현을 하는 시간을 보내는 거죠. 같이 할 수 있는 몸짓과 율동이 투쟁에서 항상 중요다고 생각해요.

 

춤추는 허리 극단이 만들어진 계기는 무엇인가요?

회원조직이라서 회원활동을 언제나 중요하게 고민을 하고 있고요. 회원분들 중에도 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었고요. 장공감도 문자 중심의 이런 사회적으로 말하기가 아니라 다른 방식의 말하기, 몸으로 말하기라는 운동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웃기는 언니들이 그때 많기도 했어요. 어떤 끼를 주체할 수 없는 언니들이 있어서 가능했죠. 죽어도 꼭 연극을 해야겠다는 활동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삼박자가 맞아떨어졌죠.

 

춤허리 활동을 좀 더 키울 생각도 있으신가요?

아니요. 키우고 싶지 않아요. 제가 고민하는 것은 ‘우리는 거리에서 예술을 해야한다.’인데요. 버스킹공연이라고 하는데 직관적으로 우리 느낌은 아닌 것 같고요. 그럴 때 품바를 해야하나 이런 생각도 들어요. 공연장을 떠나서 어디서든 몸으로 사람들에게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걸 하고 싶어요. 같이 배우거나 들은 이야기를 가지고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길바닥에서 공연을 보여주고 사람들 피드백을 받고 토론을 할 수 있고 같이 웃으면서 한바탕 마음의 근심 같은 것을 털어낼 수도 있고요. 그런 것을 해보고 싶긴 하죠.

 

춤허리가 유명해질수록 더 높은 수준의 연극이라던가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이라던가 이런 것을 원할 수 있잖아요. 그런 것보다는 춤허리는 계속 거칠고 도전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방식으로 활동을 만들어가는 것이 저희 춤허리 안에서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해요. 더 많은 사람을 비형식적인 방법으로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활동을 하면 좋겠어요. 우리 몸이 어떤 길바닥이든 어떤 광장이든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는 거라면 좋겠네요.

 

공연장 밖에서 하는 것은 약간 예상치 못한 일들이 너무 많은 거 같은데요?

맞아요. 그걸 보러 가는 거예요. 예상치 못한 상황을 계속 만들고 그래서 그 예상치 못한 상황들 속에서 계속 실패하는 거 그 국면마다 방법을 계속 찾아가는 거죠.

 

그럴 때 진희님이 생각하는 실패라는 단어에는 많은 담겨있는 거 같은데요?

춤허리가 공연을 만들 때 하는 말 중 하나가 실패하는 연습실이라고 해서, 우리의 연습의 의미를 좀 그렇게 정하기도 해요. 실패가 매순간 이제 막 파도처럼 우리의 삶에 밀려온다고 말하거든요. 그 실패하는 것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되게 중요해요. 어떤 상황에서 마주해야하는 것들까지 다양한 의미가 있어요. 그 실패에 핵심적인 것은 내가 나답게 나로서 내 동료들과 살아가기 어려운 조건을 계속해서 펼쳐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상황에 맞서는 것이 아주 강하거나 아주 단단한 사람이 아니면은 저희는 계속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 그것이 자기 자신을 책망하거나 낙담하거나 기운을 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춤허리에 모인 배우들은 사회적인 성공뿐만 아니라 활동하는 과정이나 공간 안에서도 성취나 성공을 가시적으로 빨리 가지기 어려운 조건에 놓인 사람이 많이 온다고 스스로 자기 자신들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럴 때 사실 연습을 하면서도 뿌듯한 성취보다 ‘이게 안되네.’, ‘팔을 올리는게 안 되네.’, ‘매일 연습해도 잘 안올라가네.’, ‘매번 공연을 하는데도 관객이 잘 변화하지 않네.’, ‘우리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네.’, ‘나도 오늘 연습에 나가고 싶지 않네.’ 되게 사소한 것부터 이제 나를 가로막는 여러 사회적인 요인까지 펼쳐지는 그런 것을 매 순간 직면하고 하나씩 같이 해결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활동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첫 번째, 우리 모여서, 일단 모여서 같이 뭔가를 해보자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가 더 많이 실패할수록 더 많이 실패한다는 걸 우리가 알수록. 우리가 계속 더 잘하고 있는 거야라고 서로를 독려하는 문화가 있고요. 두 번째, 장애운동에서 ‘위험의 존엄성’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위험의 존엄성’이라는 것은 장애인을 보호주의 하에 통제하고 관리하려고 하는데, 보호와 통제가 아니라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자기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판단하고 앞으로 나아가 보고 이런 과정들이 존중돼야 해요. 그것이 권리로서 사회에서도 보장해야 하는데, 저희는 조금 더 한 발자국 나아가서 실패할 권리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내가 내 인생에서 혹은 내가 사회와 맺는 관계 안에서 탁월한 능력으로 성취와 성공이나 이런 것들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계속 내 몸이 관계를 맺으면서 이렇게 어그러지는 것들이 사회에서 대안적인 세상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계속 세상에 나를 드러내고 실패하겠다. 이렇게 얘기하거든요. 그래서 실패라는 말이 춤허리 활동에서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조금 다른 질문인데요. 오래 활동하다 보면 어려울 때도 분명 있었을 텐데요. 이렇게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팁(?)이 따로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문제해결이 어렵고 내가 문제해결을 할 수 없다면 웃기라도 해야 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웃는 과정에서 좋은 생각도 나고 서로 이완도 되고 힘이 나면 다행이죠. 꼭 힘주려고 웃자고 하는 아니에요. 아무것도 안 될 때 웃을 수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보면, 안되는 상황을 같이 겪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아요. 동료하고 같이 나쁜 상황을 겪는게 귀중한 기회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제가 문제해결역량이 뛰어나다고 스스로 평가하지는 않는데요. 그렇다고 나 혼자 해결할 필요도 없고 동료들하고 같이 해결하는 거라고 봐요. 웃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잖아요?(웃음)문제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거는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웃기라도 해야되지 않는가? 늘 생각하고 있어요. (웃음) 아니 문제해결도 안되는 데 찡그리고 있으면 더 기운이 빠지잖아요. 유머를 잃지 말아야 해요.

그리고 활동 그만두고 싶으신 분은 저한테 연락을 주세요.(웃음) 처음에 활동하다가 그만둔다고 잠수도 타봤고요. 난리굿을 많이 해봤던 사람이라서 활동이 그만두고 싶어질 땐 저에게 연락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답을 못 드리지만, 저도 그런 경험의 당사자이기에 제 이상한 경험은 함께 나눠볼 수 있어요.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감사하게도 영광이라고 말해주셨는데요. 그 이유가 정말 궁금했어요.

후원회원 중에 누구를 인터뷰할지 고민을 할 때 고려하게 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연락했을 때 편하게 부탁할 수 있는 사람, 또 잘 응해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선택했던 기준을 비춰봤을 때 내가 좀 편하게 연락할 수 있고 또 이런 답을 잘 해줄 거라고 믿어준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럼 나한테는 언제 오나 이런 생각을 또 하고 있었지만 생각해보니 사랑방 후원한 지 얼마 안 됐더라고요.(웃음) 아무튼 그런 연락을 받는다는 게 되게 즐거운 일이에요. 특히 이제 내가 너무 좋아하고 지지하는 동료들이 나에게 뭔가 이렇게 제안해 주고 요청해주는 것이 너무 영광스러운 거죠.

 

마지막으로 사랑방 활동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랑방 활동가들도 어깨가 무거울 것 같아요. 왠지 사랑방 하면 기대를 하거든요. 저부터도 이렇게 기대하는데요. 사랑방은 뭔가 집요하고 뾰족한 토론을 통해 날카로운 쟁점들은 던져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게 또 때로는 어깨가 무겁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어요. 재작년 사랑방의 ‘빠듯하지만 뿌듯하게’ 후원인 사업에서 가원 활동가의 소개 글이 생각나네요. ‘역량은 빠듯하지만 눈치보지 않고 뿌듯하게’라는 그 말이 공감되고 기억에 남았거든요. 사랑방 활동가도 어깨가 좀 가벼울 수 있게 저도 조금 더 용기를 내어 활동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요. 사랑방을 너무 사랑해주는 사람이 많으니까. 이 뿌듯한 마음들을 더 많이 일상에서 느끼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