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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집회와 공중보건, 선택의 문제일까?

‘코로나19와 집회시위 권리 보고서’ 발표 간담회에 다녀왔어요

방역 조치로 인해 가장 위축된 기본권은 집회의 자유였다. 원주에서 건강보험공단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 중이던 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은 7월 23일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펜스와 경찰차로 가로막히자 언덕을 올라가야만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모습을 ‘좀비’에 비유했다. 노동자들이 무엇을 요구하기 위해 모여서 집회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방역수칙 위반’, ‘4단계 위반’과 같은 단어로만 집회가 설명됐다. 집회가 공중보건에 위협이 되거나, 혹은 방역기준에 맞춰서 자제해야 하는 행동처럼 여겨졌다. 집회와 공중보건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의문을 가지고 8월 12일에 공권력감시대응팀에서 주최한 ‘코로나19와 집회시위 권리보고서’ 발표 간담회에 참석했다. 공감대는 방역과 집회는 선택이 아니라고 말했다. 오히려 코로나19라는 재난의 시기에 집회시위 권리 보장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집회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은 의사 표현의 자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단결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 안전과 생명에 대한 권리 등 우리 삶과 연관된 여러 권리를 요구하고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집회가 금지된다는 것은 단지 모이는 행위가 금지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마치 집회 자체가 시민을 위험에 빠트릴 것처럼 왜곡하지만,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집회는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낙인찍는 방식의 집회 제한

보고서 발표에 앞서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장희 님이 파업에서 겪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상담원들은 방역수칙을 지키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맞춰서 1인 시위를 진행하려고 했음에도 경찰은 방역법 위반을 이유로 진압했다. 집회가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행동처럼 여겨지면서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낙인찍기도 했다. 집회 제한이라는, 모이고 말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방식으로만 전개됐다.

국가기관은 집회와 공중보건이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만들었다. 공중보건을 위해서라면, 집회시위 권리는 지켜지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여겼다. “2020년 상반기까지 중앙정부는 기본적으로 정부 운영기관에 대한 휴관 지침과 실내 밀집 행사나 공간 운영과 관련해 자제할 것을 요청 또는 권고했다. 상황별로 지자체가 행사를 금지하거나 운영을 중단할 수도 있도록 했다. 이에 다른 행사는 주최 측이 자체적으로 중단이나 연기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집회의 경우 방역수칙을 따르고 규모를 줄인다고 하더라도 지자체장에 의해 일방적으로 금지되었다.” 다른 모임과 달리 오직 집회만이 불허되고 예외로 취급되었다.

집회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있다. 지자체의 집회금지 행정명령에 근거해 집회금지 처분을 받으면, 주최자는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법원은 8.15 집회 이후로 별지 조건을 붙여 제한된 범위로만 집행정지를 적용할 수 있는 경향을 보인다. 각 지자체뿐만 아니라 사법부도 이를 따르고 있다.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집회가 위험한 것인데, 모든 집회가 그런 것처럼 여기고 있다. 국회에서는 감염병 예방을 내세우며 집회제한만을 염두에 둔 입법안을 쏟아냈다. 기본권인 집회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고려나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집회시위의 권리를 보장하라

정말 공중보건 때문에 집회도 제한되는 걸까?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방역지침은 실내와 실외를 구분하고 밀접도를 조절했지만, 집회의 경우 예외적으로 전면금지가 가능했다. 집회금지와 인원 제한은 선제적 방역 조치라는 이유로 장기간 강도 높게 시행됐다. 집회를 방역의 방해물인 것처럼 막아왔다.이는 집회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도심 집회가 감염전파의 원인이라는 근거는 없다. 집회시위의 권리가 공중보건 밖에 따로 있지 않다. 집회에서도 공중보건이 지켜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할 의무가 국가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가 집회를 금지하고 이것이 공중보건을 위한 선택처럼 여기는 모습은 여전하다. 이에 맞서 집회시위의 권리 보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기억하면 좋겠다. 발표회를 시작하면서 공감대는 “집회는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또 배우며 용기를 얻는 장”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장이 가로막혀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확산과 방역으로 각자의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많은 부분을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 집회는 취약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욱 취약해지기 쉬운 상황에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의 문제이고 사회적 문제임을 확인해준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안전을 위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주체적으로 요구하고 연대할 수 있다. 집회로 계속 모이고 말해야 한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의 문제라는 것을 확인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함께 모여 사회 문제로 이야기해나갈 때, 주체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목소리에 더 힘이 생기지 않을까?

공권력감시대응팀 이슈보고서 『코로나19와 집회시위의 권리』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