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편지

[300호 특집] 사람사랑 300호를 맞이하며

  

인권운동사랑방 후원인소식지 <사람사랑>이 300호를 맞았습니다. 월 2회 회원통신으로 시작해 월간 소식지가 되기까지, 1995년 4월 제1호부터 2020년까지 3월 제300호까지, 25년이라는 세월이 쉽사리 헤아려지지는 않습니다. 그 모든 시간과 노고를 담아 여는 글을 쓰려니 너무 부담스러워, 조금은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해보려 해요.

사랑방 상임활동을 시작했던 2018년, 신입활동가 교육 기간을 지낸 뒤 처음으로 맡은 업무가 사람사랑 편집과 발행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때 조금은 쉽게 생각했기에 수락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사랑을 만들기 위한 프로세스가 비교적 명확히 정해져 있으니까요. 사랑방 상임활동가들은 매주 월요일마다 상임회의를 진행하는데요, 매월 마지막 주 상임회의에서 사람사랑 기획을 논의합니다. 글을 분담하고 일정을 정한 뒤에는 각자 글을 써서 편집 담당자에게 전달합니다. 그렇게 글이 모이면 담당자가 인쇄본을 편집해서 인쇄소에 제본을 부탁드립니다. 인쇄본을 퀵서비스로 받아서 우편 발송을 끝내면, 같은 글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메일 발송을 해요. 그러면 또 두 주 정도 후에 기획 논의가 시작됩니다.

조금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저는 사람사랑에 글을 쓰거나 편집하는 일을 꽤 좋아했습니다. 사랑방에서 맡게 되는 일 중에서 비교적 부담이 덜한 편이었거든요. 1995년 당시 사람사랑은 회원 소식지로 시작되었다고 해요. 2003년 4월 사람사랑 100호 발간 당시 박래군 활동가는 사람사랑에 대해서 “사랑방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에게 사랑방이 무엇을 하는지, 보내주는 돈은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려야 한다는 소박한 심경에서 만든 임시적 복사물”이라고 말합니다. 사랑방을 지지해주는 후원인들에게 보내는 소식지인 만큼, 내심 응석부리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멋들어지지 않더라도, 고민이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더라도, 사람사랑에 글을 실을 때는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쓸 수 있었어요. 너무 편안해진 나머지 종종 마감을 어기게 되었다는 점은 안타깝지만요. 사랑방의 다른 활동가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잘 모르지만, 동료들에게도 여타 일들에 비해 언제나 뒤로 밀리곤 하는 사람사랑 마감을 보면 저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이렇게 다른 활동가들의 늦은 마감에 대한 한탄도 전 편집인으로서 슬쩍 내비춰 봅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사람사랑은 꽤 볼 게 많은 소식지이기도 합니다. 저는 가끔 사랑방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과거 사람사랑 사이를 부유하느라 오랜 시간을 보낼 때가 있는데요. 사랑방의 사람이 드러나는 ‘활동가의 편지’와 ‘아그대다그대’, 사랑방의 활동이 드러나는 ‘활동 이야기’와 ‘사랑방의 한 달’, 사랑방의 운영이 드러나는 ‘살림살이’와 ‘밥은 먹었소’, 그리고 사랑방의 후원인이 드러나는 ‘후원인 인터뷰’까지. 다양한 꼭지에 담긴 사랑방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고 있자면, 제가 잘 모르는 사랑방 운동의 역사를 살짝 들여다본 기분이에요.

사람사랑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후원인들에게 사랑방의 활동과 운영을 보고하고 운동의 고민을 나누는 통로로서 사람사랑을 기획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정기 꼭지인 <후원인 인터뷰> 외에 후원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사람사랑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얼마나 가닿고 있는지 잘 확인할 수가 없었거든요. 조회 수 등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주변의 후원인들이 가끔 전해주는 잘 읽었다는 메시지를 서로 공유하며 사람사랑을 내는 의미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사랑을 통해서 사랑방 활동가들과 후원인 모두 나름의 뿌듯함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후원인소식지 <사람사랑>이 사랑방에서 가장 공을 들여 진행하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방에서 가장 꾸준히, 가장 오랫동안 지속해온 사업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꾸준히 하면 뭐라도 이룬다고들 하던데, 사람사랑 역시 무언가를 남기고 있겠지요? 사람사랑의 지난 25년을 축하하며 이번 300호를 발행합니다. 미약하나마 후원인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이자 사랑방 운동의 기록인 사람사랑, 앞으로도 소박하고 꾸준하게 이어가겠습니다.